명동에서 사라진 유니클로, 그 뒤에 숨겨진 전략
한국 쇼핑의 메카 명동을 걷다 보면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유니클로 매장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동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던 대형 유니클로 매장이 어느새 사라졌는데요. 이는 단순한 철수가 아닌, 치밀한 전략적 변화의 일환이었습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유니클로를 비롯한 많은 패션 브랜드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도가 높았던 명동 상권은 더욱 큰 영향을 받았죠.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과감히 줄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 뉴스1
줄어드는 매장, 늘어나는 매출의 역설
흥미로운 점은 매장 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2025 회계연도 (2023년 9월~2024년 8월) 기준 유니클로 코리아의 매출은 1조 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습니다. 이는 6년 만에 매출 1조원을 회복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결정이 있었습니다. 유니클로는 수익성이 낮은 소형 매장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대신 대형 매장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2019년 약 190개였던 국내 매장을 2023년 기준 140여 개로 줄였지만, 매장당 평균 면적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유니클로 코리아는 2025년 3월기준으로 전국에 13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인사이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전략
유니클로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온라인 채널 강화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유니클로는 자사 온라인 스토어뿐만 아니라 네이버,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적극적으로 입점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접점을 오히려 확대할 수 있었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유니클로가 단순히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고객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2025년, 유니클로의 새로운 도약
유니클로는 2025년까지 국내 매장 수를 현재보다 더 최적화하면서도, 매장당 수익성은 높이는 전략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기존의 소형 매장들을 통합하여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재편하는 한편, 상권 분석을 통해 새로운 잠재력이 있는 지역에 전략적으로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니클로는 단순한 의류 판매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환경 친화적인 생산 방식에 투자하며 MZ세대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유니클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유니클로의 교훈
명동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찾기 어려워진 현상은 단순한 쇠퇴가 아닌,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불매운동과 팬데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유니클로가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유연한 사고에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면서도 매출을 늘리는 유니클로의 사례는 단순한 양적 확장보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리테일 환경에서 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유니클로가 어떻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며 성장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명동에서는 찾기 어려워졌지만, 유니클로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