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이동 시 주의해야 할 '이코노미석 증후군'
여름 휴가철을 맞아 비행기나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이 증가하는 가운데, 만성질환자나 흡연자들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중국에서는 11시간 비행 후 착륙 직후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좁은 좌석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폐색전증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중화망 등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세 여성 리 모 씨는 지난 3일 뉴질랜드에서 광저우행 비행기를 탑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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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동안 이코노미석에 앉아있던 리 씨는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 착륙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공항 의료진의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정지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했습니다.
의료진은 초기에 폐색전증을 의심했으며, 리 씨의 병력과 상황을 종합해 장시간 좌석에 앉아있는 동안 정맥 혈전증(VTE)의 일종인 심부 정맥 혈전증(DVT)이 악화된 것으로 최종 진단했습니다.
다리 혈류 막히면 폐동맥까지 영향, 생명 위협할 수 있어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심부 정맥 혈전증은 다리와 같은 하지의 심부 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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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은 발등부터 위쪽으로 부종이 진행되고 통증이 발생하며,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혈전이 혈류를 따라 이동해 폐동맥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폐색전증은 호흡 곤란, 혈압 저하, 실신 등을 유발하며, 심각한 경우 심정지나 쇼크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부 정맥 혈전증은 비행기나 사무실 의자처럼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고혈압, 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임산부, 흡연자, 중년 남성이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의학계에서는 비좁은 비행기 이코노미석 승객들에게 많이 발병한다는 점에서 '이코노미석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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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지난해 춘절(설) 연휴 후 광둥성 둥관으로 향하던 승객들이 쓰러져 3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중화망은 전했습니다. 이들은 20~30시간 동안 좁은 차량 좌석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에서도 2016년 4월 구마모토현 강진 이후 차량 내 대피 생활을 하던 51세 여성이 폐색전증으로 사망했으며, 차 안에서 생활하던 이재민 18명이 가슴 통증 등으로 병원에 이송돼 폐색전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맥 혈전증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앉아있는 것을 피하고, 매 시간마다 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스트레칭이나 걷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고혈압, 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 관리와 금연도 중요한 예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