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의사들의 "비만입니다" 표현 불편하다는 환자들... 대신 '이 표현' 선호했다

비만 관련 용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의사가 "비만이네요"라고 말했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만대사연구학회지 최근 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만을 지칭할 때는 '건강체중초과'라는 표현이, 비만인을 지칭할 때는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비만 여성들과 의료진 모두에게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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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와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현 교수 연구팀은 전국 10개 병원에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여성 321명과 '하이닥' 소속 의사 회원 171명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의 인식을 조사한 첫 번째 사례로 의미가 큽니다.


비만 관련 용어, 어떤 표현이 선호되고 기피되는가


연구팀은 '비만'을 지칭하는 9개의 질병 관련 용어와 '비만인'을 지칭하는 14개의 환자 관련 용어에 대해 5점 척도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비만병'과 '비만병 환자'라는 표현은 비만 여성과 의료진 모두에게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많은 응답자들이 "병으로 낙인찍히는 느낌이 불쾌하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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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건강체중초과'와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낙인감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용어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러한 용어들이 선호된 이유로는 '일반적이며 무난한 건강 관련 용어', '체중 및 건강 상태 개선 가능성을 강조하는 표현', '부정적인 뉘앙스를 최소화한 표현' 등이 꼽혔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미 비만 관련 용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으며, 사람 중심 용어나 사람 우선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한국어 맥락에서 적절한 비만 관련 용어를 찾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만 여성과 의료진 사이의 인식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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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비만 여성과 의료진 사이에 뚜렷한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비난과 차별 최소화'를 긍정적 용어 선택의 이유로 응답한 비율은 비만 여성이 69.5%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의료진은 12.3%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표현'을 선호한 비율은 의료진이 48%로 높았고, 비만 여성은 7%에 불과했습니다.


김경곤 교수는 "비만은 우리 몸에 내재된 체중 조절 중추와 갑작스럽게 변한 생활 환경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질병"이라며 "비만을 비만인 개인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견해는 비만인에 대한 편견이며, 그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비만 관련 용어를 바꿔도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덜어주고 치료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한국어에서 비만에 대한 다양한 용어에 대해 객관적 설문을 통해 각 용어의 적절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비만대사연구학회지 최근 호에 '비만 관련 용어에 대한 인식 및 선호도 조사: 비만 낙인 완화를 위한 언어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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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구를 주도한 김경곤 교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 제7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2005년부터 대한비만학회의 주요 임원을 거쳤고, 2018년부터 4년간 대한가정의학회 비만대사증후군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