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패턴, 지문처럼 개인마다 고유한 특성 지녀
지문은 개인을 식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생체 패턴으로, 두 사람의 지문이 동일할 확률은 640억분의 1에 불과하다. 홍채, 손바닥 정맥, 걸음걸이, 음성, 필적 등도 개인마다 고유한 특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진이 이러한 생체 인식 목록에 '호흡 패턴'을 추가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공기 흐름 측정기 /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1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호흡 패턴을 통해 96.8%의 정확도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됐으며, 코 호흡이 일종의 '호흡 지문(breath-print)'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코를 통해 들어오는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뇌 구조와 기능이 사람마다 고유하다면, 호흡 패턴도 개인별로 특징적일 것이라는 가설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코의 공기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콧구멍 삽입 기기를 개발하고, 참가자들에게 일상생활 중 착용하도록 했다.
호흡 패턴, 정신·신체 건강 상태 반영하는 생체 지표
Current biology
연구팀은 들이마시는 공기량부터 숨을 참는 빈도까지 24가지 매개변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각 개인마다 뚜렷한 호흡 특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어떤 사람은 숨을 들이마시기 전 일정하게 멈추는 패턴을 보였고, 다른 사람은 매우 빠르게 숨을 내쉬었으며, 또 다른 사람은 평균보다 더 자주 한숨을 쉬는 등 개인별 차이가 명확했다.
연구를 주도한 팀나 소로카 연구원은 "실험 참가자들이 달리기, 공부, 휴식 등 서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어 개인 식별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뚜렷한 차이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단 1시간의 호흡 기록만으로도 43%의 식별 정확도를 보였으며, 24시간 후에는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달성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호흡 패턴의 식별력이 2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재검사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으며, 그 정확도는 음성 인식 기술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호흡 패턴이 생체인식 기술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한 호흡 지문이 체질량지수(BMI), 수면-각성 주기, 우울증 및 불안 수준, 심지어 행동 특성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불안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은 수면 중 들숨 시간이 짧고 호흡 간격의 변동성이 더 큰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장기간의 비강 기류 모니터링이 신체적, 정신적 웰빙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노암 소벨 박사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호흡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호흡 방식이 불안이나 우울감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호흡 방식을 변화시켜 정신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