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50도 폭염 피해 지하 4m 뚫어 집 짓고 사는 호주 가족... "한 여름에도 시원해"

55℃ 더위를 피해 지하에서 사는 가족의 이야기


호주 남부의 외딴 마을 쿠버페디에서는 섭씨 55도까지 치솟는 혹독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일부 주민들이 독특한 해결책을 찾았다.


쿠퍼페디의 인구는 약 1,600명으로 마을 인구의 약 60%가 언덕을 파서 만든 '덕아웃(dugout)'이라 불리는 지하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사이트사브리나 트로이시는 남편, 아들, 딸과 함께 지하 주택 '덕아웃'에서 살고 있다. / TURBO360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신으로 현재 쿠퍼페디에 사는 38세 사브리나 트로이시(Sabrina Troisi, 38)도 남편 닉(NIck)과 14살 아들 토마스(Thomas), 13살 딸 리아(Leah)와 함께 이러한 지하 생활을 선택한 가족 중 하나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은 사브리나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소개했다.


광산에서 사무실 관리자로 일하는 사브리나는 "사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건 언덕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쿠퍼페디의 덕아웃 / SWNS


그녀의 가족이 사는 집은 지하 4m 깊이에 위치해 있으며, 그녀의 작업 공간은 약 6m 깊이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사브리나의 가족은 약 27만 7천 호주 달러(한화 약 2억 4,760만 원)를 들여 두 개의 거실, 두 개의 욕실, 당구대, 실내 및 실외 스파를 갖춘 이 특이한 지하 주택을 구입했다.


지하 생활의 장점과 단점


쿠버페디의 지하 주택은 석고가 풍부한 부드러운 사암으로 만들어져 별도의 구조적 지지대 없이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사이트TURBO360


사브리나와 그녀의 가족은 2013년에 쿠버페디에 정착했다.


원래 독일에서 보육교사로 교육을 받은 사브리나는 갭 이어(gap year)를 보내기 위해 호주에 방문했다가 투어 가이드였던 닉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쿠버페디의 매력적인 환경과 특이한 주거 방식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인사이트TURBO360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브리나는 도시의 혼잡함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사브리나가 지하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평화와 고요함이다.


그녀는 "바깥 소음이 전혀 없다. 문을 닫으면 모든 게 사라진다. 완전히 어둡고 조용해서 잠들기에 완벽하다. 나는 땅속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조용한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도시의 번잡함이 이제는 그녀를 지치게 한다고 했다.


인사이트사브리나의 아들 토마스와 딸 리아 / TURBO360


쿠버페디의 지하 주택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브리나의 집 가격은 남호주 애들레이드의 평균 부동산 가격인 79만 6천 호주 달러(한화 약 7억 1,190만 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한 지하 주택은 자연적인 단열 효과가 있어 냉난방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인사이트TURBO360


사브리나는 "지상에서 사는 것보다 지하에서 사는 게 훨씬 돈이 덜 든다. 방을 덥히거나 식힐 필요가 없고, 실내에 조명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더 저렴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붕이 이미 있기 때문에 건물을 만드는 데도 훨씬 돈이 덜 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하 생활에도 단점은 있다. 사브리나는 가장 큰 문제로 먼지와 그에 따른 집안일을 꼽았다.


"벽을 정기적으로 보수하지 않으면 언덕 안에 있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쌓인다. 그렇지 않으면 저녁 식탁에 앉아 있을 때 천장에서 떨어진 부스러기가 수프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벽에 바니시를 칠해야 하는데 바니시는 벗겨지기 쉽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TURBO360


쿠버페디의 지하 생활은 극한의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 인간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러한 대안적 주거 형태는 미래 주택 설계에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