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생리혈로 염증부터 난소암까지 알아내는 '생리대' 나온다... 직접 착용해 본 후기

생리혈 속 단백질 농도로 몸 상태 체크


생리 기간에 생리대만 착용해도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는 '생리혈 속 질병 단백질을 감지하는 착용형 생리대 진단 기술(A Wearable In-Pad Diagnostic for the Detection of Disease Biomarkers in Menstruation Blood)'에 대한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Zurich) 연구팀은 생리혈 속 단백질을 감지해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생리대'를 개발했다. 생리혈을 활용한 질병 진단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복잡한 채혈 없이도 몸의 이상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가로세로 2cm 크기의 얇은 실리콘 판으로, 생리대 안쪽에 삽입돼 겉보기에는 일반 생리대와 다르지 않다. 착용감도 기존 제품과 동일해 사용자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인사이트Advanced Science


이 장치는 '시험지'를 품고 있다. 생리혈이 이 시험지에 닿으면, 안에 있는 단백질의 양에 따라 색이 변한다. 특정 단백질이 많으면 색이 더 진해지고 적으면 연하게 나타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선이나 동그라미 형태로 15분 안에 결과가 나타난다.


이 시험지는 단순한 얼룩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세 가지 질병 관련 단백질(Biomarkers)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먼저 C-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은 몸속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감기나 만성 염증 질환이 있을 때 수치가 올라간다. 


이어 암배아 항원(Carcinoembryonic antigen, CEA)은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혹은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는 단백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마지막으로 암 항원-125(Cancer antigen 125, CA-125)는 난소암(Ovarian cancer)을 선별하는 데 사용되며, 생리 주기에 따라 수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타날 경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시험지에 나타나는 색은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AI 이미지 분석 앱도 함께 개발했다. 사용자가 시험지를 사진으로 찍으면 앱이 색의 농도와 모양을 인식해 단백질 수치를 자동으로 판독해준다.


앱은 단순히 색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생리혈 속 단백질 농도와 기존 의료 기준인 정맥혈 수치(Venous blood concentration)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신뢰도 높은 결과를 제공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생리대처럼 편해요"...정맥혈 수준의 정확도도 확보


실험에 참여한 자원자들은 생리 기간 중 이 장치가 내장된 생리대를 착용한 뒤 "기존 생리대와 착용감이 똑같다"고 평가했다. 또 실제로 이들이 제공한 생리혈과 정맥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세 가지 단백질 모두 정맥혈 농도와 매우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생리혈도 기존 채혈 검사처럼 신뢰할 수 있는 진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치는 또한 시험지에 혈액이 묻는 방식까지도 정밀하게 설계돼 있다. 너무 많은 피가 묻지 않도록 유입량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구조(Microfluidic design)가 적용돼 있어 얼룩지거나 번지는 현상이 없고,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자가진단키트(Lateral flow assay)처럼 일정량의 혈액만 들어오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인사이트Advanced Science


현재까지는 건강한 여성들의 생리혈을 중심으로 실험이 이뤄졌지만, 연구팀은 앞으로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실사용 환경 실험(Field trial)을 진행할 계획이다. 생리 주기(Menstrual cycle)에 따른 단백질 수치 변화나 개인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장치의 실제 사용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생리혈을 직접 몸에 닿게 하는 장치인 만큼 생체 적합성(Biocompatibility)과 규제 승인 요건(Regulatory compliance)도 함께 검토 중이다.


잉게 헤르만(Inge Herrmann) 교수는 "생리혈은 여성의 몸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라며 "이 기술이 조기 진단과 여성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