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와인 한 병 마셔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한 잔에 취해"... 무시해선 안 될 '이 암' 신호였다

와인 한 잔에 취한 남성, 알고 보니 피부암 신호였다


평소 술에 강했던 한 남성이 갑자기 와인 한 잔에 취기를 느끼면서 피부암 진단을 받게 된 사연이 화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미러(Daily Mirror)에 따르면 영국 허트퍼드셔주 쏘리우드에 거주하는 50세 테니스 코치 사이먼 보울러(Simon Bowler)는 지난 2023년 10월, 평소와 완전히 다른 음주 반응을 경험했다. 와인 한 병을 마셔도 멀쩡했던 그가 레드와인 한 잔만으로도 취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먼은 취기와 함께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 시야 흐림,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i80kp3yo57tv2q2o36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목에서 혹이 만져졌고, 초기 진료에서는 단순 낭종으로 추정됐으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추가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그는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결과 피부암 진단을 받았다.


암 진단과 치료 과정의 험난한 여정


피부암은 조기 발견 시 비교적 치료 예후가 양호하지만,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예후가 크게 악화된다.


사이먼은 2024년 2월 스티브니지 리스터 병원에서 목 부위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9차례에 걸친 면역항암제 치료와 정기적인 영상검사를 병행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최근 흑색종을 포함한 피부암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11월, 정기 MRI 검사에서 뇌 전이가 발견되는 악재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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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는 소량의 흑색종 세포 형태로 확인됐으며, 사이먼은 고정밀 방사선 치료인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았다.


감마나이프는 뇌종양이나 전이 병변에 고에너지 감마선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첨단 치료법이다.


2025년 3월부터는 더욱 강력한 면역항암제 병합 요법이 시작됐지만, 사이먼은 투약 직후 전신 쇠약, 극심한 피로감, 신경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으며 10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암과 알코올 민감도의 의학적 연관성


종양과 술에 더 잘 취하는 현상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의학적으로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목 부위 림프절에 종양이 발생하면 림프 순환에 이상이 생겨 체내 노폐물과 독성 물질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알코올 대사가 저하될 수 있다.


65c55nr5263ayt829ftz.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로 인해 평소보다 적은 양의 술에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상승해 쉽게 취할 수 있다.


또한 종양이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해독 능력 저하로 알코올에 더 민감해질 수 있으며, 암은 체내 대사 시스템을 교란하고 전신 쇠약을 유발해 알코올 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이먼처럼 중추신경계 이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술에 대한 감각 변화와 취기 강도 증가, 균형 감각 저하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림프종, 두경부암, 뇌종양, 간 전이 환자들 사이에서 술에 더 쉽게 취하거나 비정상적인 음주 반응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080wvz16u5gv5irbwvnk.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이는 일부 사례에 해당하며, 술에 잘 취하는 것이 암의 일반적인 초기 증상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현재 사이먼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으나 손과 다리에 신경 손상이 남아 손의 악력 저하와 보행 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치료 부작용으로 몸과 마음 모두 무너질 뻔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테니스 용품 사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수익금 일부를 암 환자 및 정신건강 지원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평소와 뚜렷이 다른 음주 반응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나 체력 문제로 넘기지 말고 신체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사이먼의 사례는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