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 역사의 델몬트 푸드,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
미국의 대표적인 통조림과 주스 생산 기업 '델몬트 푸드'가 경영 위기에 직면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델몬트 푸드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Del monte 홈페이지
139년의 역사를 지닌 식품 기업이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적 보호를 요청했다.
챕터11은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제도로,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고 파산 법원의 감독 하에 청산 가치와 존속 가치를 비교해 회생 방안을 모색하는 절차다.
델몬트 푸드가 뉴저지주 파산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자산과 부채는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채권자 수는 1만 명에서 2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 절차 중에도 운영 지속, 매각 추진 방침
델몬트 푸드는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9억 1250만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운영 자금을 확보했으며,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렉 롱스트리트 델몬트 푸드 최고경영자(CEO)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내린 결정"이라며 "법원 감독 하에 매각 절차가 회생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델몬트 푸드의 경영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잘못된 전략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팬데믹 당시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통조림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Del Monte Pacific Limited 홈페이지
하지만 예상과 달리 통조림 판매는 크게 부진했고, 이로 인해 모회사인 델몬트 퍼시픽은 지난해 1억2700만 달러(172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델몬트 그룹 구조와 인권 논란
델몬트 그룹은 모회사인 델몬트 퍼시픽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과일을 유통하는 델몬트 필리핀과 미국 사업을 담당하는 델몬트 푸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델몬트 푸드 측은 일부 해외 자회사는 이번 파산보호 절차에 포함되지 않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델몬트 그룹은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 과일 농장을 운영하며 노동력 착취 등 인권 유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케냐 농장에서 파인애플을 훔친 사람을 농장 관계자들이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