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빛난 김승연 회장의 '사람 중심 경영'
재계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강단 있는 리더십, 뚝심 있는 경영자, 위기에 강한 승부사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그를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말은 바로 "사람을 남기는 경영자"다. 숫자와 성과보다 인재를 우선시하는 그의 경영 철학은 한화그룹이 여러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김 회장의 인재 경영은 2010년 서울 광장 앞 프라자호텔 리뉴얼 공사 당시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화건설
영업 중단이라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이라면 무급휴직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했을 법하지만, 김 회장은 약 600명의 전 직원에게 최대 4개월간의 유급휴가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 직원들에게 어학연수와 직무 재교육 기회까지 마련하며 "회사는 멈춰도 사람은 멈추게 해선 안 된다"는 경영 철학을 실천했다. 이러한 결정은 호텔업계뿐만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지켜낸 직원 고용 안정
김승연 회장의 사람 중심 경영은 훨씬 이전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1998년 외환위기 한가운데서 한화에너지가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될 때도 그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김 회장은 매각가를 20억~30억 원 낮추는 대신, 전 직원 100% 고용 승계를 계약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결정으로 한화에너지 소속 706명과 프라자호텔 관련 인력 456명 등 모든 직원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아닌 '사람 지키기'를 선택한 이 사례는 한국 기업 역사에서 드문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찾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2024.5.10/뉴스1
광어회 600인분, 그리고 사람 경영
2014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도 김 회장의 인재 중심 철학은 빛을 발했다.
내전과 극심한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건설 근로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는 보고를 받은 그는 서울에서 광어회 600인분을 공수해 현장 직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김 회장은 직접 배식판에 음식을 담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직원들 사기가 꺾이면 공사도 멈춘다"고 강조했다.
이 에피소드는 한화건설 내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건설업계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되는 일화가 되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2024.5.21/뉴스1
김승연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기업이란 결국 사람이 전부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한마디는 수천 명의 직원들이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신뢰와 충성심으로 돌아오게 만든 강력한 약속이었다.
프라자호텔 리모델링, 한화에너지 매각, 이라크 현장 만찬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같은 본질로 연결된다.
바로 위기의 순간에 사람을 최우선으로 선택한 경영자의 결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단이 오늘날의 한화그룹을 만들어낸 핵심 가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