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3일(토)

"자전거 타면 더 똑똑해져"... 직원들에 깜짝 선물하는 회장님

자전거로 인생을 달리는 재계 인사, LS 구자열 전 회장의 특별한 철학


LS그룹 전 회장이자 현 송강재단 이사장인 구자열(1953년생) 회장은 자전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인생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자전거를 '두뇌 건강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표현하며, 회의실보다 자전거 위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강조한다.


구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세 살 때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는 자전거로 등하교하던 중 교통사고로 머리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이 사고가 오히려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더 깊게 만들었다.


LS구자열.jpgLS그룹


"그 사고 이후 자전거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이상하게도 더 타고 싶더라고요"라고 그는 회상했다.


구 회장은 자신의 자전거 사랑을 직원들과도 나누었다.


임직원들에게 고급 자전거를 선물하며 "같이 타보자"고 권유했고, 이를 통해 조직 문화가 건강해지고 관계가 가까워지는 효과를 얻었다.


일부 직원들은 자전거를 통해 삶의 균형을 되찾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최북단 접경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구간 첫째 날인 19일 첫번째 주자인 구자열 LS그룹회장 및 600여명의 자전거 서포터스들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출발해 민통선 구간을 지나 통일 대교로 향하고 있다. 2018.1.19/뉴스1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최북단 접경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구간 첫째 날인 19일 첫번째 주자인 구자열 LS그룹회장 및 600여명의 자전거 서포터스들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출발해 민통선 구간을 지나 통일 대교로 향하고 있다. 2018.1.19/뉴스1


알프스를 정복한 50대 회장, 아시아인 최초의 기록


2002년, 구 회장은 50세를 앞두고 유럽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국제 산악자전거 대회인 트랜스알프스 챌린지에 도전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20~30대 유럽 젊은이들인 가운데,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까지 이어지는 650km 코스를 6박 7일 동안 완주했다. 이는 아시아인 최초의 기록으로 남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상에 섰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완주 후 입을 제대로 못 다물 정도로 턱이 얼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한 구 회장에게 이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경영 철학의 근간이 됐다.


자전거의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도전, 인내, 회복의 과정을 체득한 것이다.


국내 재계에서 가장 자전거에 진심인 인물로 평가받는 구 회장은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와 남산 북측 순환로를 자주 달렸다.


회장직에 있을 때도 주말마다 서울~가평 또는 남한산성 코스를 100km 이상 달렸다는 증언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300여 대의 희귀 자전거, 문화유산으로 공유하다


구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타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30년 넘게 자전거를 수집해온 그는 현재 약 300여 점의 희귀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1800년대 유럽 귀족이 탔던 클래식 바이크부터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자전거, 하이휠 페니파딩, 미국 소방용 자전거까지 다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자전거들이다.


이 중 일부는 국립과천과학관과 송강재단 후원 전시회에 무상으로 대여 또는 기증되어 일반 시민들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2018년 과학관에서 열린 '세계 희귀 자전거 전시회'에서는 그의 컬렉션이 주요 전시품으로 소개됐다.


구 회장은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시대의 디자인이자, 인류 생활사의 유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구자열 송강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막한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시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8.7.27/뉴스1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구자열 송강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막한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시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8.7.27/뉴스1


자전거 문화 발전을 위한 헌신


구 회장은 개인적 취미를 넘어 자전거 문화 발전에도 기여했다.


2011년부터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직을 맡아 4차례나 연임하며 생활체육과 유소년 교육에 헌신했다.


연맹 활동을 통해 자전거 안전교육 확대, 도로 위 자전거 인식 개선 캠페인, 유소년 선수 발굴에 앞장섰다.


"자전거는 앞뒤 간격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배려 없이는 탈 수 없어요. 저는 경영도, 인생도 결국은 타인과의 '간격 조절'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자전거 철학이 인간관계와 조직 경영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구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여러 미담으로도 이어졌다.


충북의 한 시골 초등학생이 낡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타던 고급 MTB를 택배로 보내준 일화는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감동적인 미담이다.


현재는 송강재단 이사장으로서 자전거 역사문화 클러스터 조성도 계획 중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구자열 송강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막한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시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8.7.27/뉴스1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구자열 송강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막한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시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8.7.27/뉴스1


페달에 담긴 인생 철학


구 회장에게 자전거는 인생의 교사다.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페달만 밟으면 결국 넘어갑니다"라는 그의 말은 기업 경영, 위기 극복,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철학이 됐다.


또한 그는 자전거 덕분에 "내가 회장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구자열 회장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탈것이 아닌, 권위와 직함, 속도와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해방구였다.


한국 재계에 산을 오르는 회장, 골프를 치는 회장은 많아도, 알프스를 자전거로 완주한 회장은 단 한 명뿐이다.


그는 말보다 페달을 먼저 밟고, 속도보다 균형을, 경쟁보다 배려를 중시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제20회 한국-아랍소사이어티(KAS: Korea-Arab Society)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제9대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이사장에 이어 제10대 이사장을 맡아 2025년까지 2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2024.1.25/뉴스1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제20회 한국-아랍소사이어티(KAS: Korea-Arab Society)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제9대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이사장에 이어 제10대 이사장을 맡아 2025년까지 2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2024.1.25/뉴스1


구자열 회장은 오늘도 조용히, 누구보다 멀리, 누구보다 낮게 페달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