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머리에 강한 충격 뒤 범죄 저지르기 시작"... 뇌 손상과 범죄의 놀라운 인과관계 밝혀져 (연구)

뇌 손상과 범죄 행동의 연관성, 새로운 연구 결과 주목받아


뇌의 특정 부위 손상이 범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에 따르면 콜로라도 대학교 의과대학과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뇌 손상 후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사람들의 뇌 스캔을 분석해 대뇌 우측 전두엽 앞쪽에 있는 언시네이트 섬유(uncinate fasciculus) 부위 손상이 범죄 행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뇌졸중, 종양, 외상성 뇌손상(TBI) 등으로 두부 외상을 입은 후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17명의 뇌 스캔을 분석했다.


이를 다양한 기억 상실, 우울증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가진 706 명의 다른 환자들과 비교한 결과, 범죄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에게서 뇌의 우측 언시네이트 섬유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콜로라도 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학 명예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토퍼 M. 필리 박사(Dr. Christopher M. Filley)는 "언시네이트 섬유는 감정과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뇌 영역을 연결하는 케이블 역할을 하는 백질 경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결이 끊어지면 감정을 조절하고 도덕적 선택을 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외상성 뇌 손상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 약물 남용, 공격성,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지 능력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부적절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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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감자와 뇌 손상의 높은 상관관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 및 구치소 수감자의 25~87%가 두부 손상 또는 TBI를 경험한 반면, 일반 인구에서는 그 비율이 8.5%에 불과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수감자들 중에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외상성 뇌 손상 및 반복적인 두부 손상 병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으며,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손상은 첫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모든 사람이 이 유형의 뇌 손상 이후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감정과 의사결정 담당 영역을 연결하는 경로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범죄 행동이 시작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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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결과는 법정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변호사들이 고객의 범죄 행위에 대한 가능한 설명으로 뇌 손상을 언급하면서 신경과학적 증거를 활용하고 있다.


콜로라도 지방 법원의 모리스 B. 호프만 판사(Morris B. Hoffman)는 "예전보다 법정에서 신경과학적 증거를 훨씬 더 많이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형사 피고인이 신경과학을 변호의 일부로 사용한 법률 의견서는 2,800건 이상 기록됐다. 이러한 종류의 증거를 제출한 사람들 중 약 20%가 새로운 심리, 판결 번복 또는 법적 서류 제출 기한 연장 등 어떤 형태로든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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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의학과 법률 모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리 박사는 "의사는 위험에 처한 환자를 더 잘 식별하고 효과적인 조기 개입을 제공할 수 있다"며 "법원은 형사 책임을 평가할 때 뇌 손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의대 신경학 조교수이자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이사야 클레테닉 박사(Dr. Isaiah Kletenik)는 이 연구가 과실과 자유 의지에 대한 중요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그는 "범죄 행위를 판단할 때 뇌 손상을 고려해야 할까. 과학의 인과관계는 법의 과실과 같은 방식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논의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사회적 행동이 뇌에 의해 어떻게 매개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는 데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타고난 범죄자'라는 개념보다는 뇌 손상이 도덕적 판단과 행동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범죄 행동의 신경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