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배신 당했다"... 일본 간판 여대서도 '남녀공학 전환'에 반발 이어져

일본 최대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재학생들 반발 확산


학령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일본 최대 규모 여자대학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재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효고현에 위치한 무코가와여대는 지난 17일 2027년부터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하고 교명을 '무코가와대학'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인사이트무코가와여자대학 홈페이지


무코가와여대 측은 "교육 환경을 여성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교육은 남성에게도 필요하다"고 전환 이유를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학령 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1개 학과에 제적생 1만여 명을 보유한 이 대학은 현재 95% 수준의 학생 충원율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의 경영 위기는 없지만, 일본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여대 정체성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저항


이러한 결정에 반발한 재학생들은 '공학화 중단 및 연기'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시작해 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냈다.


서명에 참여한 학생들은 "여자대학이라는 점을 전제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안심할 수 있는 배움터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인사이트무코가와여대 공학전환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 change.org


한 재학생은 "일본 최대 여대이기에 공학화나 폐교는 없을 거라고 안심했었다"고 실망감을 표현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과거 남성으로부터 심한 피해를 입어서 여대만이 선택지였다"며 "여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 서명은 오는 7월 17일까지 진행되며, 7월 20일에 학교 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무코가와여대는 7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학 전환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여대의 위기, 한국과 일본 모두의 과제


일본의 18세 인구는 1990년대 한 해 200만 명을 넘었으나 올해는 109만 명으로 급감했으며, 2050년에는 대학 입학자가 43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인구 절벽 상황에서 일본 여대들의 공학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3월에는 교토코카여대가 2026학년도부터 공학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4년제 여대 수는 1990년대 후반 100여 곳에서 2020년대 들어 70여 곳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주요 여대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숙명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에서도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있었으나 학교 측과 재학생 간 갈등으로 무산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덕여대는 지난해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시도했다가 재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수업 거부 등 집단 행동에 부딪혔다.


성신여대와 덕성여대도 유사한 이유로 남녀공학 전환 계획을 철회했으며, 숙명여대는 2015년 일반대학원에 남학생을 받기로 추진했다가 결국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