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낙태금지법이 만든 비극적 현실
미국 조지아주의 엄격한 낙태 금지법으로 인해 뇌사 상태의 임신부가 가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출산까지 생명을 유지한 일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로 일하던 아드리아나 스미스는 임신 9주 차였던 지난 2월,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약 처방만 받고 귀가했으나, 다음 날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 이송된 후 다수의 뇌 혈전이 발견되어 의료진은 그녀를 뇌사 상태로 판정했다.
(좌) 아드리아나 스미스, (우) 아드리아나 스미스와 그녀의 첫째 아들 / NBC
병원 의료진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조지아주의 '심장박동법' 위반을 우려해 스미스의 가족에게 출산 때까지 생명 유지장치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가족의 선택권을 박탈한 법적 제약
스미스의 어머니 에이프릴 뉴커크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이의 출산을 기다렸을지 그렇지 않았을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이를 비판했다.
그는 "이 결정은 우리 가족이 내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 13일(현지 시간) 오전 4시 41분, 스미스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들 챈스를 예정보다 일찍 낳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니키마 윌리엄스, 아야나 프레슬리, 사라 제이컵스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챈스의 몸무게는 약 1파운드 13온스(약 822그램)였으며, 현재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출산 이후 스미스의 생명 유지장치는 가족의 뜻에 따라 17일에 제거됐다.
이 사건은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호를 폐기한 이후 발생한 낙태 제한법의 실질적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에머리대병원 / bkimechanical
현재 조지아를 포함해 미국 50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이 낙태를 강력히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성명을 발표한 하원의원들은 "특히 스미스와 같은 흑인 여성들은 구조적인 의료적 방치와 낙태 제한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임산부 권리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