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계란값 오른 이유 따로 있다?... 계란에 적힌 '숫자'의 비밀

계란값 급등의 원인, '4번 계란 실종 사태'


최근 계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평균 계란 소비자 가격은 특란 30개 한 판에 7026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7천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중에서는 한 판에 6천 원대 계란이 풀리면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계란 구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에 정부는 계란값 급등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계란값 상승에 담합 의혹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충북 오송의 산란계협회 본부와 경기, 충남지회 등 3곳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2022년 설립된 산란계협회는 산지 가격을 고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공정위는 이 협회가 회원사들에게 고시 가격을 따르도록 강제하면서 계란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복지 규제 변화가 불러온 '4번 계란' 감소


그러나 업계 등에 따르면, 산란계협회와 농가들은 문제의 원인이 담합이 아닌 '4번 계란 실종'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번 계란'은 공장식(케이지) 사육 환경(0.05㎡/마리)에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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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는 고유의 '난각번호'가 있는데, 총 10자리의 숫자와 문자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의 경우 앞쪽 네자리 숫자는 산란일자이며, 알파벳과 숫자 조합은 판매자의 고유번호다. 마지막 숫자는 1부터 4까지로 '닭의 사육환경'을 뜻한다.


'1번 계란'은 방사 사육으로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낳은 계란을 뜻한다. 2번은 평사 사육으로, 축사나 개방형 케이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며 낳은 계란이다. 3번은 마리당 0.075㎡ 이상 케이지, 4번은 0.05㎡ 케이지(A4용지 보다 좁은 면적)에서 키운 닭이 낳는 계란이다.


앞서 정부는 동물복지 향상과 질병 확산 예방 등을 위해 산란계 사육 시설 개선을 추진해왔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닭 한 마리당 0.075㎡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4번란'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사육 면적 확대는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개선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단위 면적에서 사육할 수 있는 닭의 수가 약 30% 감소해 수익은 줄고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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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부는 9월 1일 이전에 들인 닭에 대해서는 2년 동안 이 규제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그러자 농가들은 이미 산란을 많이 한 노계(老鷄) 대신 병아리를 대거 사들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산란계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계란 공급량이 줄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관측 6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계란 산지 가격은 특란 10개 기준 1850~1950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4~18.5% 상승한 수치다.


농경연은 7월과 8월에는 소비 감소로 산지 특란 10개 가격이 1750~1850원으로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7월 대비 7.6~13.8% 높은 가격대로, 계란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