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이것' 자르라고?... 분노한 '인앤아웃' 흑인 직원, 본사에 44억 소송

인종 정체성 상징 '구레나룻' 자르라는 요구에 분노한 흑인 직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명 버거 '인앤아웃' 체인점에서 근무하던 흑인 직원이 자신의 구레나룻을 문제 삼은 회사 측의 조치가 인종차별이라며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복장 규정과 인종적 정체성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492490525_9906800136008176_119291080693401251_n.jpgFacebook 'In-N-Out Burger'


1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컴프턴에 위치한 '인앤아웃'(In-N-Out Burger) 매장에서 약 4년간 일해온 21세 엘리야 오벵은 지난 13일 컴프턴 고등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오벵은 자신의 구레나룻 스타일을 문제 삼은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총 320만 달러(약 44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인앤아웃은 남성 직원들에게 회사가 지급한 모자를 착용하고 머리카락을 모자 안에 넣도록 요구하며, 면도하지 않은 상태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복장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오벵은 이 규정에 맞춰 머리를 땋았으나, 상사는 여전히 그의 구레나룻을 문제 삼았다.


흑인 문화와 인종적 정체성의 상징, 구레나룻


2025-06-18 14 24 46.jpggettyimagesBank


오벵 측은 "구레나룻은 흑인 문화와 인종적 정체성의 일부로, 이를 강제로 제거하라는 요구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구레나룻(Sideburns)은 미국 남북전쟁 시기 북군 장군 앰브로스 번사이드(Ambrose Burnside)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1960~70년대에는 흑인 사회에서 인종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벵은 근무를 시작하려던 중 다른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사로부터 "구레나룻을 면도하고 오라"는 공개적인 지적을 받아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귀가한 후 문자로 다음 근무에 복귀하겠다고 알렸으나, 며칠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인앤아웃 측은 "오벵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아왔으며, 그의 헤어스타일 때문에 해고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벵은 해고 사유가 "누적된 경고" 때문이라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인종적 특성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는 공공정책에 반하는 부당해고라고 지적했다.


2025-06-18 14 28 15.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벵은 이번 사건으로 "불안, 수치심, 자존감 상실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인앤아웃 측에 보상금 100만 달러(약 13억원), 정신적 피해에 따른 200만 달러(약 27억원), 임금 손실 20만 달러(약 2억원) 등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벵의 법률 대리인은 이번 사건이 캘리포니아주의 자연 모발 보호법인 'CROWN'(Creating a Respectful and Open World for Natural Hair)을 위반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법은 고용주가 인종과 관련된 자연스러운 모발 상태나 스타일을 근거로 차별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