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선물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임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20년간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해 온 무정자증 환자 부부의 임신을 성공 시킨 사례가 보고됐다.

이번 성공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부부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 따르면 부부의 임신은 제브 윌리엄스 박사(Dr. Zev Williams)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STAR(Sperm Track and Recovery·정자 추적 및 복구)'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STAR 시스템은 정액 샘플에서 극소량의 정자를 인식하고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 기반 기술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무정자증은 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남성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 비뇨기과학회(AUA)에 따르면, 불임 부부의 약 40-50%는 남성 측 요인이 관여하며, 그중 무정자증은 약 10-15%를 차지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기증자의 정자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난자 수정에 필요한 정자 부족을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무정자증 정액에서 정자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윌리엄스 박사는 "무정자증 남성의 정자 샘플은 육안으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미경 검사 결과는 다르다"며 "고도로 훈련된 기술자들도 샘플에서 정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브 윌리엄스 박사 / Columbia University Fertility Center

AI 기술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순간

STAR 시스템은 천체물리학자들이 AI를 활용해 우주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찾아내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윌리엄스 박사는 "수십억 개의 별로 가득 찬 하늘에서 새로운 별이나 새로운 별의 탄생을 찾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도 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해 수십억 개의 세포를 살펴보고 우리가 찾고 있는 특정 정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STAR은 정말, 정말, 정말 희귀한 정자를 찾아내도록 훈련되었다"라고 말했다.

STAR 시스템은 정액 샘플을 미세한 칩을 통해 흘려보내면, AI가 정자를 감지해 해당 영역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수집한다. 수집된 정자는 냉동 보관하거나 바로 체외수정(IVF)에 사용될 수 있다.

STAR의 성능은 인간 전문가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시스템은 약 1시간 안에 무려 80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스캔해 정자를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배아학자들이 이틀 동안 정자를 찾지 못해 버리려 하던 샘플에서 STAR는 단 한 시간 만에 44개의 정자를 발견했다.

Columbia University Fertility Center

STAR를 이용해 임신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는 지난 3월 임신한 로지(가명) 부부다.

이들은 거의 19년 동안 임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고, 15번의 시험관 수정(IVF)도 효과가 없었다.

남편의 무정자증을 해결하고자 해외 전문가까지 초빙해 정자를 찾으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약물 사용도 검토했으나 정자의 질에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포기한 상태였다.

로지는 "더 이상 시도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부부는 지역의 사회 단체를 통해 윌리엄스 박사의 불임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STAR는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

STAR 시스템은 추가 검사나 시술 없이 진행됐다. 난자 채취 당일에도 새로운 정액 샘플에서 STAR를 통해 신선한 정자를 확보했고, 불과 두 시간 만에 수정에 성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로지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도 아직도 꿈만 같다. 초음파 사진을 볼 때마다 이제야 내가 임신했다는 걸 믿게 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무정자증은 AI가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불임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지금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도입되면서 우리는 그러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