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20회 이상 무료 비행, 승무원 행세한 남성 적발
미국에서 한 남성이 항공사 승무원으로 위장해 6년 동안 120회가 넘는 항공편을 무료로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티론 알렉산더(35)는 항공사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장기간 무임승차를 지속했으며, 최근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스피릿 항공사 여객기 / 스피릿항공 X(구 트위터)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 연방 배심원단은 알렉산더에게 전화·이메일 사기 혐의 4건과 허위 신분을 이용한 보안 구역 불법 침입 혐의 등 총 5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항공사 시스템 허점 노린 정교한 사기 수법
알렉산더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항공업계의 관행을 악용했다.
항공사들이 경쟁사의 조종사나 승무원을 '비수익'(non-revenue) 승객으로 무료 탑승시키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는 승무원 사원 번호와 입사일 등을 위조해 항공사 내부 시스템에 접속한 후, 7개 항공사 소속인 것처럼 가장한 30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가짜 신분을 이용해 알렉산더는 미국 내 4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애틀랜타, 댈러스,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을 부정 예약하고 무료로 탑승했다.
항공보안 시스템을 우회하는 그의 수법은 상당 기간 발각되지 않았다.
2023년,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알렉산더의 의심스러운 탑승 패턴을 포착하면서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탑승권 발급 과정에서 반드시 실명과 생년월일을 입력해야 했는데, 그가 입력한 거짓 정보들이 항공사 기록에 누적되면서 불일치점이 발견된 것이다.
현장 체포와 무거운 처벌 가능성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TSA는 알렉산더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그가 지난해 2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스피릿항공 승무원으로 위장해 호주로 출국하려던 순간 현장에서 체포했다.
흥미로운 점은 알렉산더가 실제로 과거 두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까지 아메리칸항공 고객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무급 정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알래스카항공 조종사 아카데미에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델타항공과 알래스카항공의 승무원 직에도 지원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 대한 그의 지식과 경험이 이러한 사기 행각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사기 혐의 4건에 대해 각각 최대 20년, 공항 침입 혐의 1건에 대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혐의당 최대 25만 달러(약 3억 3000만원)씩 총 125만 달러(약 17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