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산업의 거인, 레너드 로더 별세
에스티로더를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Leonard A. Lauder) 명예회장이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스티로더 측은 성명을 통해 로더 명예회장이 14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 윌리엄 로더(William P. Lauder) 에스티로더 회장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아버지는 평생 화장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했고 수많은 혁신과 트렌드를 개척했다"라면서 "무엇보다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전했습니다.
레너드 로더는 부모인 조셉 로더와 에스티 로더가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소규모 화장품 회사를 글로벌 뷰티 제국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홈페이지 캡처
1958년 그가 회사에 합류했을 당시 연간 매출은 8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는 73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로 급성장했다.
그의 경영 하에 에스티로더는 클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보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로더의 순자산은 262억 달러(한화 약 35조 7,700억 원)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레너드 로더 에스티로더 명예회장 / GettyimagesKorea
'립스틱 지수'를 창안한 비즈니스 혁신가
레너드 로더는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 경제 이론에도 기여했다.
그는 2001년 불황기에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라는 경제지표를 창안해 주목받았다.
이 이론은 경제 침체기에도 화장품, 특히 립스틱 판매는 경기와 반비례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실제로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으며, 대공황 시기에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이론은 경제학계와 마케팅 분야에서 널리 인용되며,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립스틱 지수'가 '아이 메이크업 지수'로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에스티로더 베스트셀러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과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 Prestige Online
레너드 로더는 비즈니스 성공 이상으로 예술과 자선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미술 애호가였던 그는 2013년 자신이 수집한 파블로 피카소 등 입체주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했다.
당시 기증된 미술품의 가치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700억 원)로 추산되어,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증으로 기록됐다.
레너드 로더의 아들 윌리엄 로더가 2024년 5월 14일 뉴욕시 글래스하우스에서 열린 유방암 연구 재단 핫 핑크 파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또한 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자선활동에도 앞장섰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에블린 로더(2011년 별세)는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유방암 퇴치 운동의 선구자였다.
한편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현재 전 세계 약 150개국에서 25개가 넘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