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까지 확대되는 '캥거루족' 현상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연령대가 사회 초년생을 넘어 30대 중반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2024)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1980년대 초반생 10명 중 4명은 35세가 되어도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보고서는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세 인구집단(1971∼1975년생, 1976∼1980년생, 1981∼1986년생)이 35세 시점에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을 분석했다.
35세라는 기준은 대부분의 청년이 이 나이 이전에 대학 졸업과 취업을 마치고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반영해 설정됐다.
세대별로 증가하는 부모 의존도
분석 결과,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71∼1975년생이 18.6%, 1976∼1980년생 26.2%, 1981∼1986년생은 32.1%로 최근 세대일수록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거주 청년들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높아, 1971∼1975년생 22.8%, 1976∼1980년생 29.2%, 1981∼1986년생 41.1%로 나타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울·수도권 거주 1981∼1986년생의 캥거루족 비율은 1971∼1975년생의 약 2배에 달해, 불과 10년 사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층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주거비 부담, 취업난, 경제적 불안정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방송인 윤성빈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요즘 30대에도 캥거루족이 많다"는 스태프의 말에 "왜 독립을 안 하냐", "막 써서냐, 일하는데 왜 (돈이) 없냐"고 반문해 논란이 됐다.
그는 최저시급으로 월 230만 원을 벌어도 월세와 관리비 100만 원, 식비와 교통비를 제외하면 생활이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캥거루족의 연령대 상승과 자녀 세대의 자립 지연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본에서는 1990년대 취직 빙하기를 겪은 세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부모인 7080세대가 사망할 경우, 부모의 연금에 의존해 살던 4050세대 자녀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4070' 또는 '5080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들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단순한 주거 형태의 변화를 넘어, 세대 간 경제적 의존도 심화와 미래 사회보장 체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