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생검' 기반으로 암 탐지 정밀도 향상...생존율·진단 효율성 모두 잡는다
한 번의 검사로 여러 종류의 암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 암 조기진단(MCED, Multi-Cancer Early Detection)' 기술이 상용화를 향한 궤도에 올랐다. 조기 진단은 곧 생존율 향상과 직결되는 만큼, 의료계와 바이오 산업계는 물론 정책 분야에서도 이 기술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MCED는 혈액 한 번 뽑는 것으로 다양한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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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2025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 보고서는 MCED가 암과의 싸움에서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진단의 한계 뛰어넘는 '액체 생검' 기술
지금까지의 암 조기진단은 대부분 특정 암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유방촬영은 유방암,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겨냥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진단은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시도되는 경우가 많고, 여러 장기를 동시에 살피기도 어렵다.
이 가운데 MCED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암의 초기 징후를 포착한다. 핵심은 혈액을 기반으로 한 '액체 생검'이다. 혈액, 소변, 침 등 체액 속에 포함된 종양 유래 정보를 정밀 분석해 암의 유무를 판별하는 기술로, 암세포가 분열·사멸하면서 방출하는 세포 유리 DNA(cfDNA), 순환 종양 DNA(ctDNA), 순환 종양세포(CTC), 엑소좀 등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이 가운데 ctDNA는 암세포 특유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어 진단 정확도가 특히 높다고 평가된다. 초기 증상이 없는 암도 탐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 연구팀,암세포 사멸,빛을 내는 단백질,암치료,신기술 개발
AI 접목해 정밀도 높인다...국내선 '아이캔서치'가 선두
국내에선 GC지놈이 MCED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 제품 '아이캔서치(iCanSearch)'는 혈액 10㎖로 대장암, 폐암, 간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6개 이상의 암을 동시에 탐지한다. 검사 한 번으로 다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가 크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종양이 작을 경우 혈류에 방출되는 바이오마커의 농도가 낮아 감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바이오마커가 검출되더라도, 어떤 장기에서 발생한 암인지까지 특정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접목에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는 '액체 생검의 진단 정밀도는 수집된 분자 정보를 얼마나 정교하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AI, 특히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 해석 알고리즘은 MCED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분석은 기존 바이오마커만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암종도 포착 가능하게 해주며, 위양성 비율을 낮춰 진단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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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의 패러다임 전환...암 진단은 '개별'에서 '통합'으로
MCED 기술은 향후 국가 암 검진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과 비용, 환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종의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어 의료 자원 활용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MCED 기술이 보편화될 경우 암 진단은 개별 장기별 탐지에서 다중 통합 진단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며 '정확도 향상과 접근성 확대라는 두 축이 의료계에 새로운 지형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