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던 발길, 연휴 타고 되살아나
한동안 내국인 관광객의 외면 속에 위기감이 고조됐던 제주도에 다시금 활기가 감돌고 있다. 각종 바가지 논란과 고물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휴 기간을 기점으로 관광객 유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항공·관광업계에 따르면 이번 6월 황금연휴 기간 김포~제주 노선을 운영하는 대형항공사(FSC) 항공권은 조기 매진됐으며,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역시 대부분의 좌석이 판매 완료됐다. 지난 5월 연휴에 이어 두 달 연속 제주행 수요가 살아난 것으로, 해외여행 부담을 느낀 이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제주가 대표적 수혜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 / 사진=인사이트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 수는 2022년 1380만명에서 2023년 1266만명(-8.3%), 2024년 1186만명(-6.3%)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도 1~4월까지 누적 입도객은 33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만명)보다 13.7%나 줄며 침체 우려가 이어졌다.
드라마 흥행·엔화 강세...제주 관광 회복세 견인
반전의 계기는 문화 콘텐츠와 환율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흥행하면서, 드라마 배경인 김녕해변과 성산일출봉 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며 "이른바 '성지순례' 여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 여행의 가격 메리트가 줄어든 점도 제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엔화 강세와 함께 일본 각 지자체가 오버투어리즘 대응 차원에서 숙박세와 관광지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제주를 대체 여행지로 선택하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5월 초 황금연휴 당시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5.3%(4월 30일), 6.9%(5월 1일), 18.8%(5월 2일) 각각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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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논란에 자성...'착한 가격'으로 반전 노려
물가 논란에 대한 제주의 자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벚꽃축제장 순대볶음 2만5000원, 비계만 가득한 삼겹살 등 부당한 가격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주도는 '가성비 높은 제주 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가격 개선에 착수했다.
도는 2025년 상반기 해수욕장협의회 회의를 열어 올해 해수욕장 12곳의 파라솔(2만원), 평상(3만원) 대여료를 통일했고, 착한가격업소 음식점 245곳을 대상으로 네이버페이 결제 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관광객 부담 완화와 지역 물가 안정화의 일환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다시 제주도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노력이 단기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