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전 FBI 국장의 '86 47' 조개 사진, 트럼프 암살 선동 논란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미국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해임된 바 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SNS

코미 전 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변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로 '86 47'이라는 숫자를 배열한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이 게시물에 "해변 산책로에서 본 멋진 조개 배치"라는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이 숫자들의 의미다. 미국에서 '86'은 속어로 '내쫓다' 또는 '제거하다'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며, '47'은 현 제47대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게시물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선동하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86'의 어원과 실제 의미

'86'이라는 표현의 기원은 1930년대 식당 업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당 직원들은 '메뉴에 있던 것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간단히 '86'이라고 표기해 소통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장을 지낸 제시 셰이드로어 컬럼비아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86의 원래 의미는 물건이 떨어졌다는 것이지만, 여기서 파생된 여러 은유적 확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표현이 '어떤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손님처럼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동사로 '누군가를 내쫓는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도 86의 의미는 '내쫓다', '제거하다',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다'로 정의되어 있다.

일부 소설에서 86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된 사례도 있지만, 사전은 이러한 용법이 "비교적 최근에 쓰이기 시작했고 사용 빈도가 낮기 때문에 등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적 파장과 당사자의 해명

코미 전 국장의 게시물은 빠르게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sKorea

미국 당국은 이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이 암살을 선동하려는 의도로 해당 사진을 게시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더러운 경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코미 전 국장은 결국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그는 "어떤 사람들이 이 숫자들을 폭력과 연관시킨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며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권의 극심한 양극화와 긴장된 정치 환경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소셜미디어에서의 표현이 어떻게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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