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4일(토)

남은 밥 밥솥에 '보온'으로 두면 안 되는 이유... "밥 무조건 소분해야"

전기밥솥 보온 기능, 편리함의 이면에 숨은 환경 비용


많은 사람들이 남은 밥을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을 사용한다.


언제나 밥솥의 뚜껑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이면에는 예상보다 훨씬 큰 환경적 비용이 숨어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2일 헤럴드경제는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취사 후 남은 밥 보관 및 섭취 방법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계산,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밥솥 보온 기능을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냉동 보관 방법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1~2인 가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720㎖, 4공기 용량의 전기밥솥과 850리터 냉장고를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냉동밥 해동 시 전자레인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까지 모두 계산에 포함됐다.


충격적인 탄소배출 차이, 일회용 컵 70개와 맞먹어


상세 결과를 살펴보면, 4공기 분량의 밥을 24시간 보온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650.45g으로, 같은 양의 밥을 냉동고에 보관하고 전자레인지로 해동할 때 배출되는 양(85.33g)과 비교해 7.6배나 많았다. 이는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이 소비하는 전력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2인 가구용 전기밥솥의 보온 시 하루 전력사용량은 1440와트(Wh)로, 850L 냉장고의 하루 전력사용량(1089와트)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냉동밥을 해동할 때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의 전력 사용량은 4분 기준 46.67와트에 불과했다.


4공기를 모두 해동하더라도 186.67와트만 사용되어, 보온 기능의 전력사용량(1440와트)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탄소배출량 차이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더욱 커진다. 일주일간 매일 4공기의 밥을 보관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을 사용하는 가구는 약 4.55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약 70개를 생산 및 폐기하는 데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밥을 냉동 소분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개 분량에 불과하다. 결국 보온 기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 쓰레기를 무더기로 버리는 것과 같은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냉동 보관의 추가적인 이점들


밥을 소분해 냉동 보관하는 것에는 환경적 이점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갓 지은 밥은 보온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전분 성분이 노화되면서 찰진 식감이 사라지고 딱딱해진다. 반면 냉동밥은 비교적 수분이 온전한 상태로 바로 냉동되기 때문에 보관에 따른 품질 저하가 덜하다.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냉동 보관이 유리하다. 보온 기능을 사용할 경우 세균 번식이 쉬운 따뜻한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세균 번식 우려가 있지만, 영하의 온도에 보관되는 냉동밥은 세균 번식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더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한편, 직접 밥을 짓지 않고 즉석밥을 섭취하는 경우도 환경적으로는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인사이트뉴스1


즉석밥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의 탄소배출량은 10.54g에 불과하지만, 생산 과정을 포함하면 339.54g까지 늘어난다. 포장재와 가공 에너지에 의한 탄소배출량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수연 오후두시랩 연구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간 보온 기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10L 분량의 종량제 쓰레기 2개 분량을 더 버리고 있는 셈"이라며 "취사 기능에 드는 전력까지 고려할 때, 한 번에 많은 밥을 짓고 냉동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친환경 소비에 가까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은 기업, 제품, 도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분석 결과 역시 그린플로를 통해 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