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의 건강 정보: 알츠하이머부터 암까지
귀지가 단순한 신체 분비물로 여겨졌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귀지는 인간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중요한 생체 정보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는 귀지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했다. 귀지는 고막 바깥쪽 외이도의 두 가지 샘, 즉 귀지 샘과 피지 샘의 분비물이 섞인 것이다. 이 물질은 피부 세포에 달라붙어 귀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하루 약 20분의 1㎜ 속도로 이동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귀지의 주요 기능은 외이도를 깨끗하고 촉촉하게 유지하며, 세균, 곰팡이, 곤충과 같은 이물질이 뇌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최근에는 귀지가 다양한 생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젖은 귀지와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1971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니콜라스 L. 페트라키스 교수는 젖은 귀지를 가진 여성들이 마른 귀지를 가진 여성들보다 유방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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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쿄공업 대학교 연구진은 침습적 유관암 환자들이 젖은 귀지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귀지가 암뿐만 아니라 당뇨병, 심장 질환 등 다양한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희귀병 메니에르병도 귀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메니에르병 환자의 귀지에서는 건강한 사람보다 특정 지방산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미국 루이지애나주립 대학교 환경화학자 라비 앤 무사 교수가 발견한 것으로, 특정 질병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귀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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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지는 체내 화학 반응을 반영하여 다양한 질병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브라질 고이아스 연방 대학교 화학과 넬슨 로베르토 안토니오시 필류 교수는 귀지에서 암 진단의 '지문' 역할을 하는 27가지 화합물을 발견했다. 그는 암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대사 장애를 검출하기 위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토니오시 필류 교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아진다고 강조하며,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도 귀지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그의 목표는 소량의 귀지를 통해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하고 대사 변화를 평가하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페르디타 배런 교수도 귀지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혈액과 함께 지질이 풍부한 귀지를 분석해야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