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05일(월)

자라 창업주, 강남 가로수길 빌딩 10년만에 '손절매'... 25억 싸게 팔았다

자라 창업주, 가로수길 빌딩 10년 만에 25억 손해 매각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이자 세계적 부호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Gaona) 인디텍스 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빌딩을 10년 만에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이는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였던 가로수길 상권의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인사이트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Gaona) 인디텍스 그룹 회장 / GettyimagesKorea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디스코'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오르테가 회장이 보유하던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이 300억원에 매매됐다.


오르테가 회장은 자신의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폰테가데아코리아주식회사를 통해 2016년 이 건물을 325억원에 매입했으나, 매입한 지 약 10년 만에 25억원 낮은 가격에 되판 것이다.


해당 건물은 대지면적 457.4㎡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241.9㎡ 규모로, 2012년부터 10년간 자라의 경쟁사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건물 전체를 사용했다.


현재 탁상감정가(탁감가)는 430억원으로, 3.3㎡당 3억원이 넘는 수준이지만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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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상권, 공실률 급증으로 침체 심화


한때 서울 강남의 상징적인 상권이었던 가로수길은 현재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41.2%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로수길은 과거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메카이자 강남의 핵심 상권이었다.


유행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앞다퉈 플래그십스토어를 개장했으며, 애플은 2018년 국내 첫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선보였다.


딥티크, 메종키츠네, 아르켓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경쟁적으로 가로수길에 진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서울시가 실시한 '2022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서 가로수길은 1㎡당 월평균 매출액 61만6000원으로 조사 대상 중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공실이 크게 늘고 침체된 상태다.


가로수길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상권 정체성 붕괴,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인근 신흥 상권의 부상 등이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와 온라인 쇼핑 성장은 오프라인 중심의 가로수길 상권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창업주가 손해를 감수하며 가로수길 빌딩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권 회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로수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상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임대료 현실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