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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혼자서 5명의 생명을 구한 남성이 '2023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난 8월 13일 강원도 고성군의 한 군사지역 인근 해변에서 엄마와 함께 고무튜브에 매달린 아이 2명이 강한 파도에 먼 바다로 떠밀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본 아이들의 이모가 직접 구조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체력이 소진돼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고, 다른 남성 또한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그 역시 구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이형태 씨가 현장을 목격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씨는 "군사지역과 인접해서 원래 들어가면 안되는 해변인데 입구를 막았던 철망을 거둬들인 터였다. 그래서 일부 피서객들이 해변에 들어갔다. 먼 바다로 떠밀려 가는 사람들을 보고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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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해변으로 뛰어가 구명조끼를 입은 한 여성을 보고 구명조끼를 벗어달라고 요청했다.
119에 구조 신고를 해달라고 소리친 후 입고 있던 반팔 반바지 차림에 구명조끼를 걸치고 바다로 들어갔다.
수영 하나는 수영선수 못지않게 자신 있어 하는 이씨였지만 사람들이 이미 먼 바다로 떠내려간 데다 너울성 파도로 인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는 우선 호흡이 불가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 된 아이들의 이모에게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건넸고, 구조에 뛰어든 남성까지 수심이 낮은 곳으로 구조했다.
그리고 이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다시 걸치고 바다로 또다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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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미터를 헤엄쳐 다시 엄마와 아이 2명에게 다가간 이씨는 뒤에서 밀 테니 튜브를 꼭 잡고 있으라고 했다. 모두를 구조한 후 이씨는 해변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경련이 와서 움직이질 못했다. 그렇게 10여 분쯤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 사이 구조대가 출동하는 걸 봤다"고 했다.
이씨는 "다시 이런 상황을 마주해도 지체 없이 구조에 나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도 7살 딸이 있는데 엄마와 아이들이 긴박한 상황에 처한 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이 일은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상까지 준다니 최근에서야 아내에게 이 일을 털어놨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주관하는 '2023 생명존중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