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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노예근성 있는 것들은 맞아야 한다"
전남 여수의 한 영어학원 원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원어민 강사에게 폭언과 욕설, 폭행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9일 MBC '뉴스데스크'는 100% 원어민 강사가 지도한다는 전남 여수의 한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에 대한 폭언, 폭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해당 학원에 강사로 취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여성 A씨는 입사한지 며칠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학원 원장의 폭언에 시달려왔다.
A씨가 담당한 영어일기 첨삭 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MBC는 원어민 강사들에게 폭언을 하는 원장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서 원장은 "네가 첨삭한 게 100% 맞다고 확신해?"라고 고함을 지르며 "멍청한 게 진짜. (동료 교사에게) 저런 노예근성... 노예근성 있는 것들은 맞아야 돼"라며 인신공격을 했다.
네이버 TV 'MBC뉴스'
원장은 직접적인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게 내 질문이야?"라며 추궁하던 원장은 "그래서 네가 멍청하다는 거야", "그래서 네가 멍청하다는 거야. 이해해?"라고 윽박질렀다.
심지어 원장은 A씨에게 '나는 멍청하다'를 외치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원장은 A씨에게 "'나는 멍청하다' 말해. 어서!"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에 A씨는 '나는 멍청하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외쳐야 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봤지만 원장의 갑질은 계속됐다.
원장은 "저런 애들은 죽여버려야 돼 그냥. 저런 OO들은 확 그냥 죽여버려야 돼"라고 말했다.
이에 동료 교사가 "내가 지금 스트레스 너무 받으니까 그만하라고"라고 말하지만, 원장은 "저런 OO들은 확 그냥, 죽여버려야 돼"라며 폭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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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뿐 아니라 폭행 정황도 있었다. 결국 A씨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듯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A씨는 "매일 맞다시피 해씨 때문에 무서웠다. 학원 버스와 비슷한 차를 볼 때마다 원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우 두렵다. 한국말을 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원장)를 떠올리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학원 원장의 폭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2년 전 해당 학원에서 일을 했다는 남아공 출신의 또 다른 원어민 강사 B 씨 또한 비슷한 폭언을 들었다.
B씨는 원장이 머리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원장의 폭언이 그치지 않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도 해보고, 민사 소송도 제기했지만 증거 불충분이라는 결과만 받았다.
그는 "다른 시기에 그 학원에서 일했지만, 모든 강사가 한 이야기는 거의 같다. 한두 개 정도 다를지 모르지만, 거의 똑같은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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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원장은 원어민 강사들에게 폭언이나 욕설, 폭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모든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폭언하고 욕설을 했나", "혹시나 주먹으로 때린 적도 없나", "전혀 잘못한 것이 없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장은 "없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인종차별, 폭언, 폭행을 하는 저런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나", "나라 망신이다", "꼭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