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9일(토)

안전보건공단, 삼성전자가 '백혈병 환자' 위해 기부한 250억 청사 사는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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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산재 예방에 쓰라고 준 500억원 청사 건물 매입하는데 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50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한 소식이 알려졌다.


건물 살 때 든 250억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로 기탁한 500억원 중 일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해당 건물을 청사로 사용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중앙골드라인타워' 건물을 약 264억 9천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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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구입한 건물에 실험분석실·전자 유체 시물레이션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건물을 사고 남은 잔액 중 112억원은 센터 인프라 구축, 109억원은 전자사업 안전보건사업, 15억원은 시설 운영 등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자금이 삼성전자가 백혈병 사태를 계기로 공단에 기탁한 금액이라는 점이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반도체·LCD 제조 공정에서 피해자가 추가 발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사고 이후 산재 예방 등을 위해 개별 피해 보상과 별개로 약 500억원을 공단에 내놨다. 이 기금은 백혈병 사태와 같은 사고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산재 예방 등 목적으로 쓰여야 했다.


인사이트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안전보건공단, 현행법도 어기면서 청사 건물 매입...감사원 "미승인 조직·인력"


그런데 공단은 산재 예방에 기금을 사용하지 않고, 청사 매입 등 몸집 불리기에 돈을 썼다. 공단은 2020년에도 390억원짜리 건물을 사려다가 지적당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기금 80%를 공단 자산과 몸집을 불리는 데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단은 지난해 6월, 결국 청사용 건물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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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단은 현행 수도권 정비 계획법도 지키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상 공공청사를 지으려면 국토부 산하 수도권 정비 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헌데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은 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았다. 감사원은 "미승인 조직·인력"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피해자 모임 단체인 '반올림'은 지난 6월 공단에 "삼성전자 등 핵심 기업과 유관기관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수원시가 사업 진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이미 공유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프라 구축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특별한 노력을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 / 뉴스1 


자료를 공유한 임이자 의원도 "공단이 공공기관 이전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물을 매입해 초기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기탁금이 소기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철저히 지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