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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비가 내릴 때마다 운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던 고속도로 차선이 일부 시공업체들의 비리 때문에 흐린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에게 "운전자들이 비 올 때 고속도로 차선이 유독 잘 안 보였던 경험이 있다"며 "이건 시력이 문제가 아니라 비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도로공사가 발주한 차선 도색 공사 과정에서 저가 원료(유리알)를 섞어 사용한 업체 및 관계자가 올해 8월 검찰에 송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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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로 차선 공사를 하면서 불법하도급을 주고, 수백억 원을 챙긴 업체와 관계자들이 적발됐다"고 전한 바 있다.
차선 도색에 사용되는 실제 유리알은 1kg당 7200원이지만,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유리알은 1kg당 3500원이다.
부실시공 업체들은 정상 제품과 저가 제품을 8대 2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하여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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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은 "섞은 유리알을 사용하면 맨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고 차선 밝기가 기준 이하로 떨어져 특히 비가 오면 차선 식별이 어렵다"며 "저가 유리알을 섞어 불량 차선도색을 한 업체는 확실한 페널티를 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별도의 '차선도색 전문면허'가 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여 소수 업체에 장비를 빌려 쓰고 있다"며 입찰 자격을 장비를 보유한 업체로 제한하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국토교통부에 도로의 차선이 안보인다는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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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민원은 2019년 55건, 2020년 65건, 2021년 80건, 지난해 12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8월 접수된 민원은 91건에 달한다.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오랜 기간 차선 도색을 하지 않아 차선이 닳았거나 차선 페인트에 성능이 떨어지는 도료를 섞어 칠하는 등 부실시공이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