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ozzyzzz'
[인사이트] 지동현 기자 = 가수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후 허지웅이 장문의 글로 청년들을 위로했다.
지난 24일 구하라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누리꾼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많은 이가 침통했던 이날 밤 허지웅은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메시지를 올리며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허지웅은 "망했는데,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Instagram 'ozzyzzz'
손발 끝에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하루 종일 구역질을 하는 등 허지웅은 지옥과도 같은 하루를 겪었다.
그는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 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며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허지웅은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자신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고 그러다 보면 기뻤다고 했다.
죽음과도 가까웠던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결국 건강을 되찾은 허지웅은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고 털어놨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그는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라며 언제든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허지웅은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는 허지웅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Instagram 'koohara__'
그는 "행복이라는 것은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이라며 "'망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모든 청년에게 글을 바친다는 허지웅은 자신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며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주변에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주세요"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다음은 허지웅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이다.
망했는데.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 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팔랐다. 살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여덟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 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 기뻤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그냥 입원을 할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
가장 어둡고 깊었던 그 밤을 버티고 몇 개월이 지났다. 놀랍게도 아프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말했다면 그 밤이 그렇게까지 깊고 위태로웠을까.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일 테다. 망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모든 청년들에게 바칩니다.
PS. 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요. 필요 이상으로 건강합니다.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주변에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주세요. 끝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구하라 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