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8일(월)

[서평] 7년 후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응애~"하고 힘찬 울음을 내며 태어난 아이 수가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확정)'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05명'. 총 출생아 수는 35만 7,800명으로 전년 40만 6,200명보다 4만 8,500명(11.9%) 감소한 수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구 구조에서 늘어날 인구 집단은 어디일까. 


바로 노인인구다. 7년 후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가 온다.


국민의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가 진짜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인사이트(좌) 뜨인돌, (우) 왼쪽주머니


일본은 이미 지난 달 17일(현지 시간) 인구 추계로 초고령화 사회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노인의 나라'가 된 일본이기에 그에 대한 문제를 소재로 한 책들도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안과의사 저자가 10만명이 넘는 고령자를 치료한 경험담을 담은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방법'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친절히 설명돼 있다.


이와는 달리 소설 '70세 사망 법안 가결'은 70세가 되면 생일 후 한 달 안에 안락사해야 한다는 법안이 가결된 가상의 일본 사회를 그린다.


제목부터 충격적이지만 장수국가 일본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서라는 소설의 설정이 그럴듯하다.

여기에 10~20대의 과반수가 법안에 찬성했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리 소설이라도 마음이 섬뜩하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놀이로 하는 '의자 뺏기 게임' 같다. 절대다수의 행복에 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설자리를 잃고 '죽음'으로 생명이란 의자를 빼앗겨야 하는 것이다.


인사이트(좌) KMAC,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프리랜서 과학 전문 기자 마쓰우라 신야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3년여간 돌보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엄마, 미안해'를 보면 가슴 아프지만 위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몸의 기능이 약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소변 실수를 하고, 미각도 마비되어 매번 식사를 할 때마다 "맛없어"를 달고 사는 어머니.


그의 어머니는 반려견과 산책 도중 넘어져 머리에 커다란 멍이 생기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생업을 거의 내려놓다시피 하고 간호에 전념한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난 어느 날 냉동식품을 죄다 꺼내놓고 "배고파"를 외치는 어머니에게 그는 손을 대고 만다.


절규하는 어머니를 그는 때리고 또 때렸다. 그는 좀더 버텼지만 결국 이듬해 어머니를 간병시설에 입소 시키는 절차를 밟는다.


실제 일본에서는 독신으로 살던 자녀가 병수발을 들다 부모를 구타하거나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종종 뉴스로 나온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열린책들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다는 북유럽 국가 스웨덴은 이와 달리 유쾌한 노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보면 5명의 노인들이 갑갑한 양로원을 나와 노련하게 강도질(!)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 출간된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을 보면 노인들이 은행털이를 할 장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가면을 쓰고 역할을 분배해 주도면밀하게 강도 일을 해치우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책에서 이들이 강도가 된 이유는 노인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서다. 즉,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다는 스웨덴에서조차 노인들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4일 출간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만 70세 작가 카타리나는 스웨덴 인구 1천만 중에 3백만 이상이 60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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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슬프지 않기 위해서 소설 내용을 즐겁게 썼지만 자국의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이룬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 세금을 아낌없이 냈다.


요양원, 인프라, 병원 등의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웨덴은 높은 수준의 세금을 국민들에게 요구한다.


문제는 현재 돈을 버는 스웨덴 젊은 층에서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많다는 사실이다.


카타리나는 특히 금융 종사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 케이먼 제도에 돈을 몰아넣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설 내용 중에는 실제로 탈세와 사기로 백만장자가 된 거부에게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그의 요트를 훔치기로 작전을 세우는 메르타 할머니와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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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것이 고령화다.


이제 우리에겐 7년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이로 인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인구정책에 문외한인 기자가 해법을 제시할 순 없겠으나 '70세 사망 법안 가결'의 결말을 살짝 언급해본다.


소설 속에서 70세 사망 법안은 시행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총리에 의해 전격 폐지된다.


놀라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말한다. "시행에 앞서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고, 그동안에 상황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변했다. 노인들은 어린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았고, 자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 나섰다.


그중에는 불치병에 걸릴 경우 고통을 줄이는 치료는 허용하지만 연명 치료는 거부한다는 '존엄사 선언서'를 쓰는 사람도 등장했다.


소설에서 충격 요법을 겪은 뒤 노력한 1년 후의 일본에는 더 이상 법안이 필요 없게 됐다.


비록 소설이지만 1년의 엄청난 변화를 생각해 볼 때 우리에게는 그보다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