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6일(수)

비인기종목 '스키점프' 명맥 끊길까봐 막노동과 놀이동산 인형탈 알바까지 한 국가대표

인사이트Youtube '비디오머그'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영화 '국가대표' 주인공들이 비인기 종목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훈련비를 충당했던 일이 재조명됐다.


지난 19일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예선에 출전했다.


이날 대표팀은 묵묵하게 밤하늘을 갈랐고, 결과는 274.5점으로 출전 12개국 중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관중석은 뜨겁게 환호했고, 이 선수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아는 팬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번 스키점프 대표팀 선수 4명 중 3명은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들이다.


바로 최흥철(37), 최서우(36), 김현기(35)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중학생 때 처음 스키점프를 시작해 이번 평창까지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 직전 한 번의 고비가 있었다. 단체전은 4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선수는 3명 밖에 없었기 때문.


그런데 국제스키연맹이 2014년 소치 대회 단체전과 비교해 이번 대회에서 출전국이 줄어들어 부담을 느낀 게 도움이 됐다.


인사이트Youtube '비디오머그'


여기에 대한스키협회가 힘을 보탰다. 개최국이 단체전에 나가면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설득한 것.


출전 규정을 맞추기 위해 경기 전날 급하게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병행하는 노르딕복합 선수 박제언이 투입됐고, 가까스로 단체전 대표팀이 꾸려졌다.


고난이 반복되며 어렵게 출전권을 획득한 대표팀의 이야기가 영화 같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말로 영화 같은 '극적임'은 대표팀 선수 3명의 일상에 있었다.


인사이트영화 '국가대표'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초등학생이던 1991년이었다. 무주리조트가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키점프 꿈나무를 모집했고 그때 합격한 선수들이 이들이다.


이들 3명에 더해 강칠구(34)도 함께하다가 2016년 지도자로 전향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1995년 국가대표가 된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체육회가 지원한 연간 훈련수당 360만원이 전부였다.


선수들은 비싼 점프복을 매번 살 수 없어 찢어진 곳을 손수 기워가며 경기에 출전했다.


인사이트영화 '국가대표'


훈련비를 충당하기 위해 막노동을 전전했고, 놀이동산에서 인형 탈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국가대표'가 2009년 개봉하면서 반짝인기를 끌었지만 금세 시들해졌다.


영화 개봉 직후 끊임없이 들어왔던 스키점프 지망원서는 물론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3년이 채 가지 않았다.


이번 경기 후 최흥철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질 것 같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비인기 종목에 대한 설움 없애준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묵묵히 밤하늘을 가른 지 20년. 화려하진 않지만 끈질긴 그들의 비행을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이트최흥철 선수 / 연합뉴스


인사이트(좌) 김현기, (우) 최서우 선수 / 연합뉴스


YouTube '비디오 머그'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