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6일(수)

스케이트날에 베여 '반창고' 붙인 김아랑이 금메달 딴 후 가장 먼저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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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동생들이 다치지 않고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분이 좋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이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 한 말이다.


부상 트라우마로 오랜시간 마음 고생을 했던 김아랑은 동생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3000m 여자 계주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김아랑은 오열했다.


인사이트바통터치없이 아웃코스로 치고 나오는 김아랑 / SBS 


쉽지 않은 승부였다. 경기 초반부터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우리나라를 강하게 견제했고 좀처럼 한국은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경기 중반, 10바퀴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세번째에 머물렀다. 푸싱도 약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해설위원들도 "이제 치고 나갈 때가 됐다"며 마음을 졸였다.


6바퀴가 남은 그때 '맏언니' 김아랑이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보통 한 바퀴 반을 타고 교대하지만 김아랑은 흐름을 끊지 않고 아웃코스로 두 바퀴를 돌았다.


캐나다를 제치고 팀을 두번째 자리에 안착시키고 나서야 김아랑은 다음 주자인 김예진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때도 김아랑은 있는 힘껏 김예진을 푸싱하다가 뒤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자칫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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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지난해 1월 김아랑은 전국겨울철체육대회에서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날에 왼쪽 눈 아래가 5cm 정도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반창고를 붙이고 다닐 만큼 김아랑은 그날의 트라우마를 지우기 힘들었다.


다시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을 돌기까지 꽤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누구보다 넘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김아랑이었지만 그는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치 않았다.


혹시나 메달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비난의 화살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동생들에게 그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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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세우 코치는 "처음 작전은 최민정이 타는 거였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김아랑이 하게됐고, 김아랑이 잘해서 순위를 높였다"고 말했다.


김아랑도 "작전이라기보다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음 선수들을 받쳐주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했다.


다 같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동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던 김아랑은 빛나는 '역주'로 그 약속을 지켰다.


물론 최민정과 심석희, 김예진도 최선을 다했지만, 김아랑의 희생이 없었다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맏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김아랑은 이마저도 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진정한 국가대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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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울렸다"…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의 눈물힘든 과정을 넘기고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을 확정짓자 맏언니 김아랑이 눈물을 터뜨렸다.


"IOC 제소까지"…연이은 논란 속 사라진 김아랑의 '노란 리본'여자 쇼트트랙 1,000m 예선 경기가 에서 연일 화제를 모았던 김아랑의 노란 리본은 검정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