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5일(목)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반박 못 한다... 장관 10여 명이 국무회의 생중계 줄이자고 한 이유

10여 명의 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국무회의 생중계를 줄이고 SNS 활동도 자제해달라는 건의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권의 구심력이 흔들리는 신호로 읽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2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장관 만찬에서 참석한 10여 명의 장관이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국무회의 생중계 범위를 축소해달라고 집단으로 요구했다. 장관들은 대통령의 SNS 활동 절제도 함께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시행된 국무회의 생중계가 정작 내실 있는 정책 논의를 가로막고 국정 운영에 혼선만 키운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장관들은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반박하거나 보충 설명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토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14/뉴스1


한 참석자는 "생중계 중에 대통령 발언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대통령 체면을 깎는 일이 돼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정책이 그대로 밀려나가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 농지 전수조사 방침 후퇴, 노란봉투법 시행령 추진 논란 등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대통령이 회의 중 즉석에서 던진 한마디로 부처가 오랜 시간 준비한 정책이나 검토 결과가 무력화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장관들은 대통령의 SNS 활동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야나 새벽 시간대 가리지 않고 올라오는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오히려 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정치적 공격 빌미만 제공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장관은 "책 잡힐 거리만 늘어난다"며 절제를 요구해달라고 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정치권은 이번 건의의 무게를 주목하고 있다. 개별 장관의 돌출 발언이 아니라 10여 명의 장관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낸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수동적이던 장관들이 집단으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레임덕 현상으로 분석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국정 동력이 떨어지면서 부처 장관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추진된 정책이 국민 반발이나 법적 논란에 부딪힐 때 책임은 장관과 부처에 집중되는 구조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국무위원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치밀한 정책 검토보다는 흠 잡히지 않는 보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투명성은 중요하지만 모든 정책 토론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건의에도 최근 열린 국무회의는 1시간 30분 이상 생중계되는 등 즉각적인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심 소통 수단이었던 생중계와 SNS에 국무위원들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대통령의 소통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대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