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붕괴로 1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와 수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네팔 정부가 홍수 피해 복구비로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를 추산하고 유엔 특별기금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마헤슈와르 다칼 네팔 농림환경부 기후변화 담당관은 현지시간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의 배경으로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를 지목했다. 선진국들이 수십 년간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가 자체 대응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집중되는 불평등 구조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칼 담당관은 "기후 변화에 가장 적게 책임이 있는 국가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유엔 특별기금 이사회에 공식 지원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기금은 기후재난 피해국 지원을 위해 2023년 출범했으나 재원 부족에 직면해 있다.
현재까지 조성된 약정액은 8억 2000만 달러(약 1조 1217억 원) 수준인 반면, 이미 119개국 이상에서 총 28억 달러(약 3조 8304억 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과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1750만 달러(약 239억 원)를 약정한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특별기금에서 탈퇴하면서 기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은 파리협정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기후 적응을 돕는 녹색기후기금(GCF)에서도 발을 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가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의 근간이라는 사실에 반하는 목표를 가진 GCF와 같은 급진적 기구에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요국의 기금 외면으로 네팔이 실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요구액의 극히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리처드 셔먼 남아공 출신 유엔 특별기금 이사회 위원은 "현재로선 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금이 없다"며 "기후 변화를 초래한 국가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셔먼 위원은 "미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공백을 메우려 하지 않는다"며 "안타깝게도 우리는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국적 수요를 고려할 때 네팔에 배정될 예상 지원금은 2000만 달러(약 273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주 네팔에서는 빙하 일부가 계곡으로 무너져 내리며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현지에서만 10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약 4000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접경 지역인 중국령 티베트에서도 500여 명의 사상·실종 피해가 발생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재난의 원인을 단일 기후 변화 요인으로만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