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13일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순국 직전 뤼순감옥에서 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를 첫 공개했다.
13일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글씨에는 국제법을 아무리 논해도 결국 힘의 논리인 대포만 못하다는 회의감이 담겨 있다. 평화를 추구했던 안 의사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가 순국하기 며칠 전 뤼순감옥에서 작성됐다.
크기는 세로 196.8㎝, 가로 44.8㎝다. 작품 왼쪽에는 '경술삼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는 문구가 있으며, 독립 의지를 다지며 스스로 끊은 왼손 약지의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처음 이 유묵을 소장한 인물은 뤼순감옥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였다. 그는 안 의사의 사상에 감명받아 저서 '동양평화론' 완성 때까지 사형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글씨는 스스로를 '평문광생'이라 밝힌 익명의 인물에게 넘어갔다. 국외재단은 현지 조사를 통해 지난해 이 작품을 확인했고, 지난해 11월 국내로 가져왔다. 직전 소장자는 경매를 통해 이 작품을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사의 사상이 온전히 담긴 진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글씨체는 행서와 해서, 초서가 혼합돼 있다. 특히 첫 글자 '만'을 초서로 쓴 방식은 안 의사의 다른 유묵 '황금일만냥불여일교자'와 일치한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작품 '일통청화공'은 안 의사가 뤼순감옥 간수과장 기요타 다카지에게 준 글씨다. '날마다 맑고 고아한 대화를 나누는 분'이라는 뜻으로, 안 의사에게 인간적 배려를 베풀었던 그와의 교감을 보여준다.
유산청과 재단은 앞으로도 국외 소재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안 의사 유묵을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안 의사 유묵 가운데 보물로 지정된 작품은 총 31점이다. 박정혜 재단 이사장은 "국외 유산을 적극 발굴·환수해 국민과 그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