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단편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제작비 전액을 부담한 여성 투자자가 직접 여주인공을 맡은 뒤, 상대 남자 배우에게 과도한 친밀 장면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투자자가 작품 제작을 결정하는 동시에 상대 배우의 출연과 촬영 내용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연출 갈등을 넘어 촬영 현장의 권력 남용과 배우의 동의권 침해 문제로까지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해당 작품의 연출을 맡은 맹싱에 따르면, 한 재력가 여성은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50부작 규모의 사극 단편 드라마 제작을 의뢰했다.
투자자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이른바 ‘공주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 싶다며 직접 대본을 집필하고, 극 중 여주인공인 공주 역할까지 맡았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남자 배우 종위페이(钟宇飞)를 ‘타락한 왕자’ 역할에 캐스팅했다.
문제는 작품에 포함된 애정신의 수위와 분량이었다. 투자자는 50회가 넘는 전체 에피소드에 60개 이상의 키스신을 넣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매회 키스 장면이 등장하는 구성으로, 일부 장면에는 남녀 주인공이 '두 걸음마다 키스하는' 설정까지 포함돼 있었다.
감독 맹싱은 키스신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작품의 서사와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장면 수를 줄이고,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투자자는 “당신이 찍은 드라마보다 내가 본 단편 드라마가 더 많다”며 감독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종위페이 역시 당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상대 배우가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제작비 전액을 부담한 투자자이기도 했던 만큼,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이 까다롭게 행동하거나 촬영에 비협조적인 배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종위페이는 최대한 촬영에 협조하려 했지만, 상대방이 촬영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배우의 전문적인 연기 범위를 넘어서는 친밀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방이 촬영에 지나치게 몰입해 계속해서 재촬영을 요구했다”며 “한 장면을 제대로 찍겠다면서 10번 넘게 다시 촬영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그는 키스신 촬영 과정에서 “제발 제 입에 혀를 넣거나 침을 뱉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맹싱은 배우가 작품의 전개와 연출을 위해 키스신이나 신체 접촉이 포함된 장면을 촬영할 수는 있지만, 사전에 합의한 범위와 직업적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촬영 현장에서 부당한 요구를 받는 배우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전문적인 경계를 침해하는 행동에 용기 있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촬영을 마친 시리즈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플랫폼 측은 작품 속 일부 친밀 장면이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선정적이라고 판단해 20개 이상의 관련 장면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투자자는 자신이 원했던 장면이 대거 편집됐다며 최종 결과물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제작진에게 지급하기로 한 잔금 3만 위안(한화 약 633만 원)의 지급을 거부했다.
맹싱 은 촬영 단계에서부터 키스신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작품 공개 이후 시청자 반응과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자는 후반 편집팀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맹싱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더 이상 감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팀은 이후 남배우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 앞으로 배우와 계약을 체결할 때 친밀 장면의 구체적인 수위와 촬영 방식, 배우가 동의하지 않은 신체 접촉에 대한 거부권, 제작진의 보호 책임 등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여성 투자자가 제작비와 캐스팅 권한을 이용해 개인적인 판타지를 실현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어쩐지 해당 단편 드라마에 유난히 키스신이 많았다. 스폰서가 직접 출연한 작품이었다”, “남자 배우도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과 성희롱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성별이 반대였다면 훨씬 더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이건 연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욕망을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실현한 것에 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상대 배우가 촬영에 참여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형태의 신체 접촉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정신은 촬영에 앞서 배우와 제작진이 접촉 범위와 동작, 촬영 횟수 등을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현장에서 배우가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동의를 철회할 경우 즉시 촬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판타지'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미디어 제작 현장의 왜곡된 권력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