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자녀의 구직활동과 직장 생활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미국 노동시장의 새로운 풍속도로 떠올랐다. 입사 지원부터 면접 참관, 해고 통보에 대한 항의까지 부모가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릴 적 자녀 주변을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던 과보호 부모들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자녀의 직장 문제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인력 파견 업체 스티븐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24세 신입 직원을 해고한 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건설 현장 출근 첫 주에만 네 차례 지각하거나 무단결근해 당사자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몇 시간 뒤 그의 어머니가 전화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한 것이다.
요청이 거절당하자 어머니는 언성을 높이며 강력히 항의했다. 클라크 COO는 "이건 회사와 성인 직원 개인 사이의 문제"라며 단칼에 선을 그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화상 면접 중 부모가 화면 밖에서 몰래 답안을 코치하거나, 자녀를 대신해 채용 담당자에게 문의 전화를 거는 일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성인 자녀의 병가 신청 전화를 부모가 대신 걸거나 연봉 협상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설문조사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올해 1월 미국 Z세대 근로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부모로부터 정기적인 커리어 조언을 받는다고 답했다. 부모가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1%에 달했다.
또 다른 플랫폼 레주메템플릿닷컴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63%가 "부모가 입사 지원서를 대신 제출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40%는 부모가 채용 면접 자리에 동석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과 재택 생활을 오래 경험한 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부모 의존도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당사자인 Z세대 내부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을 반기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올해 미주리대를 졸업한 폴 브랜슨(22)은 "부모의 불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회사에 대신 연락하는 행동은 'Z세대는 손을 잡아줘야 하는 세대'라는 고정관념을 강화해 우리 세대에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