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한 달 내 실거주 입증해라" 뉴욕시 96만건 '고가 세컨드하우스' 기습 공개에 재계 반발

뉴욕시가 고가 부동산 소유주들의 개인정보를 전면 공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추진한 부자 증세 정책의 일환이지만, 개인정보 침해와 무분별한 마녀사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뉴욕시 재정국은 시가 500만 달러(약 72억2000만 원) 이상의 주택과 100만 달러 이상 콘도 중 실거주나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 약 96만 건의 정보를 검색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공개했다. 당초 추산된 3만1000명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공개된 명단에는 정재계와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부부가 살았던 고급 콘도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낸 마이클 코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신탁 관리인으로 있는 약 3700만 달러짜리 주택이 리스트에 올랐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과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의 전처 제니카 폴슨 등의 집 주소도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 GettyimagesKorea


뉴욕시는 해당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추가 세금 부과 가능성을 경고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소유주들은 자신의 부동산이 과세 대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를 한 달 내 시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시는 심사를 거쳐 올 12월 최종 과세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피에다테르(Pied-a-Terre)'라 불리는 제도에 기반한다. 프랑스어로 별장을 뜻하는 이 제도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이들에게 추가 보유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일 '맘다니의 계급 적대 리스트(Class Enemies List)'란 제목의 칼럼에서 "계급의 적을 공개적으로 낙인찍는 것만큼 통쾌한 일도 없다"며 "맘다니 시장의 '따뜻한 집단주의'가 '다른 온도의 무언가'로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 재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명단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실거주 부동산이 섞여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민주사회주의자(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를 자처하는 맘다니 시장의 이번 조치는 민주당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주당은 맘다니 시장이 지지를 표한 DSA 계열 후보들이 예비선거에서 약진하면서 중도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공화당은 연일 '적색 공포', '공산주의자' 프레임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이런 딜레마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