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최고의 살상력 유지" 미군, 장병 남성호르몬 전수검사 논란

미국 국방부가 군인들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관리하겠다는 이색적인 방침을 내놨다. 군의 살상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의학계 안팎에서는 호르몬제 과잉 처방과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30세 이상 장병들을 대상으로 매년 정기 건강검진에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검사를 의무적으로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사 결과 수치가 낮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될 경우,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을지 여부는 장병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호르몬 지표를 조기에 관리함으로써 장병들을 최고 수준의 살상력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피트 헤그세스 / GettyimagesKorea


해당 영상에는 '고(高)테스토스테론 국방부'라는 문구가 강조되기도 했다. 다만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치에서 치료를 시행할지, 여성 군인에게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등 세부 지침은 밝히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유발하는 피로감과 근력 저하, 우울감 등을 조기에 발견해 병사들의 신체 기능과 회복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동안 일부 특수부대 장병들이 성능 향상을 위해 불법으로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남용하던 관행을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는 이번 정책에 대해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호르몬인데, 단 한 번의 검사만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장려할 경우 심각한 과잉 처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일 혈액 검사는 수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른 아침 두 번 이상 정밀 검사를 거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발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의사들의 테스토스테론 처방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테스토스테론 젤과 주사제 등의 처방 제한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GettyimagesKorea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 군인의 호르몬 치료는 엄격히 금지하면서, 남성 병사의 호르몬 치료는 군 예산을 들여 장려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은 군인의 높은 불임률을 지적하며 남녀 장병 모두에게 전반적인 호르몬 검사를 확대해 실질적인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