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개월 만에 남편의 혼외자 존재와 수억 원대의 숨겨진 채무를 알게 된 여성이 법적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대법원 판례상 결혼 전 신용 상태나 자녀 유무를 속인 행위는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조계의 판단이다.
지난 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남성과 3년 교제 끝에 결혼한 여성 A씨의 사연이 접수됐다.
A씨는 결혼 직후 법원에서 날아온 우편물을 통해 남편에게 5살 된 혼외자가 있으며 양육비 미지급으로 이행 명령을 받은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산가라던 남편의 말과 달리 아파트 담보대출과 카드론 등 대규모 채무 서류도 잇따라 발견됐다. 남편은 "과거의 실수일 뿐"이라며 "이제 부부니까 같이 갚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이 명백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신진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혼외자의 존재나 정상적인 혼인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채무, 신용 상태를 숨긴 행위는 상대방이 미리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혼인 취소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기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법적 제척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기간이 경과해 혼인 취소 청구가 불가능해지더라도 재판상 이혼을 통한 구제는 가능하다.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속여 혼인에 이르게 하고 신뢰를 완전히 깨뜨린 책임이 남편에게 있는 만큼 유책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혼인의 경우 재산분할은 각자 소유권을 인정하는 원상회복 원칙이 우선 적용된다. 신 변호사는 "원물 반환이 원칙이므로 혼수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는 없다"며 "상대방과 합의하면 그 가액을 지급받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혼인 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소급 적용 없이 그 시점부터 효력이 상실되며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혼인 취소 내역이 기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