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위협적인 취객의 손길로부터 휠체어를 탄 대만인 관광객 부부를 구해낸 '강남역 의인'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포에 질린 이방인에게 방어막이 되어준 한국인들의 용기 있는 대처는 '대만인 부부'가 올린 감사 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고, 이내 당사자가 직접 화답하면서 감동을 더하고 있다.
관광차 서울을 방문한 대만인 부부는 지난 20일 스레드를 통해 "19일 밤 11시30분 강남역에서 휠체어 탄 대만 부부를 구해주신 두 천사님을 찾는다"고 적었다.
이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강남역 2호선 플랫폼에서 위협적인 취객 한 명이 다가와 우리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소리를 쳤다"며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휠체어를 뒤로 움직였지만 계속 다가오더라"고 밝혔다.
위기의 순간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부부는 "그때 흰옷을 입은 젊은 남성분이 우산으로 취객을 막아서며 우리를 보호해 줬다"고 덧붙였다.
취객의 위협은 열차 안에서도 이어졌다. 부부는 "다행히 상황이 끝난 줄 알고 열차에 탔는데 그 취객이 따라 타서 우리 앞까지 와 손잡이를 잡고 또 위협적으로 말을 걸었다"며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나 겁에 질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까 그 흰옷 입으신 분과 함께 노란색 옷을 입은 체격이 좋으신 남성분이 우산으로 방어막을 치듯 취객을 우리에게서 3m 밖으로 밀어내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흰옷 입은 분이 경찰에 신고해 주셔서 취객은 열차에서 내렸다"며 "흰옷 입은 분은 우리가 대만인인 걸 알고 대신 사과까지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들은 '강남역' '지하철 2호선'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두 분 덕분에 무사했고 한국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안고 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글이 확산하자 지난 22일 대만인 부부의 스레드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가 찾아와 댓글을 남겼다. 자신을 "그날 흰색 셔츠에 검은 우산을 들고 있던 연우 아빠"라고 소개한 시민은 "술에 많이 취한 분이 고함을 지르며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고 한국을 찾아주신 두 분에게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져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외국인인 줄은 몰랐지만 도움을 드린 뒤 목적지에서 내리려는데 당사자분이 목에 걸고 있던 '나는 대만인입니다'라는 카드를 보여주며 감사 인사를 해주셔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셔야 할 여행지에서 이런 불편을 겪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앞으로 남은 시간도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추억 많이 쌓고 가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선뜻 나서기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