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평균 152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28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521.4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기준으로는 1998년 2월 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도 넘어섰다. 2009년 3월 월평균 환율은 1453.3원이었다. 이달 평균 환율은 이보다 약 70원 높다. 중동 전쟁 직후 환율이 뛰었던 지난 3월에도 월평균은 1492.5원에 그쳤다.
1500원대 흐름도 길어지고 있다. 환율은 지난 15일 1500.8원을 기록한 뒤 19일까지 2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30일부터 1998년 3월 13일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원화의 실질 가치도 떨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5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4.75로 전월보다 0.32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3월 이후 17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환율 상승의 핵심 배경은 달러 강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8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매수세가 강해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장중 101.123까지 올라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환율은 18일 야간장에서 1540원까지 뛰었다"며 "과거에도 미국 긴축 국면에서 시장 발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동 리스크도 부담이다. 미국과 이란이 큰 틀에서 종전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시장이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0조21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순매도 규모만 20조원을 넘는다.
수급도 원화에 불리하다. 수출기업은 달러 매도를 미루고, 개인과 기관은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까지 1500원대 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