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이 퇴직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경우 10명 중 6명이 퇴직급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월간 노동리뷰 5월호'의 '퇴직급여 사각지대 규모 추정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임금근로자 2214만3000명 가운데 471만4000명이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2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근속기간 1년 이상이면서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를 퇴직급여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제도,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 등 4개로 구성되며, 사업주는 이 중 하나 이상을 설정해야 한다.
보고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와 법적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퇴직급여 사각지대'로 정의했다. 법적 대상자임에도 퇴직급여 수급권이 없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146만7000명으로 사각지대 전체의 31.1%를 차지했다.
성별로 분석한 결과, 퇴직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 중 여성이 62.1%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과 단기 계약 비중이 높은 여성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 집필자인 정상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급여 사각지대가 여성의 취약한 노동시장 지위와 결합돼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임금근로자가 23.9%로 가장 높은 사각지대 비율을 보였다. 15~29세가 23.9%로 동일한 비율을 기록했으며, 50~59세 16.2%, 40~49세 12.9%, 30~39세 9.8% 순이었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퇴직급여 사각지대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사각지대 비율은 47.6%로 가장 높았고, 300인 이상 사업체는 5.8%로 가장 낮았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이 16.6%로 가장 높았고, 음식숙박업 16.5%, 도소매업 10.6%, 교육서비스업 8.5%, 공공행정 7.2%, 사업지원서비스업 6.9%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형태와의 연관성도 뚜렷했다.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임금근로자 471만4000명 중 비정규직이 418만1000명으로 88.7%에 달했다.
정 연구위원은 "여성, 비정규직, 중고령층, 서비스업 등의 취업자에게 집중된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고려할 때, 퇴직급여제도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노후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변화 방향을 고려하면 이들이 오히려 퇴직급여 사각지대의 외연상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행정자료 연계, 사회보험 자료와의 접합, 직종별 공제제도 가입 정보의 통합적 관리 등을 통해 사각지대 측정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6일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퇴직급여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70조원 증가하며 400조원 돌파 1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