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식 중계권 없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를 국영 방송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경기장 내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미국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 광고가 검열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해외 축구 전문 매체 알레르타문디알(Alerta Mundial)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이 공식 중계 신호를 해킹해 2026 FIFA 월드컵 경기를 국영 TV로 재전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심지어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광고를 무검열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북한이 FIFA로부터 공식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매체는 북한이 중국 등 인접 국가의 위성 신호를 수신해 경기를 사실상 불법 재송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북한의 이례적인 광고 노출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을 적대시해 온 북한은 그간 서방 문화와 자본주의 상징물에 대해 매우 엄격한 통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광고가 가감 없이 송출됐다. 알레르타문디알은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이 지정학적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 브랜드를 검열 없이 내보내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컵 중계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주민들의 높은 스포츠 열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쇄적인 체제 속에서도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다만, 이는 국제 규범과는 거리가 멀다. FIFA는 중계권 판매를 통해 대회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데, 북한의 무단 송출은 FIFA의 지적재산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저작권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국제법적 제재를 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까지 FIFA나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는 철저한 정보 통제를 고수해 온 북한이 주민의 문화적 갈증 해소와 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