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은 성평등가족부가 동성부부 인정 문제에 대해 현행 법체계 유지라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가족 정책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세웠음에도 법적 제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성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행 헌법과 민법 체계상 별도 입법 없이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현행 법체계 안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신 성평등부는 비혼 동거 등 대안적 가족관계에 집중한다. 지난 9일 발표된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며 비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이들 가구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지원하고 관련 제도에 대한 국회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가족 정책의 난제 속에서 성평등부가 내세운 2년 차 핵심 야마는 젠더폭력 대응 강화와 성평등 거버넌스의 정부 전반 확대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 대상 강력범죄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2년 차에는 젠더폭력 컨트롤타워 역할을 실효성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현재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과 함께 스토킹 가해자 선제 대응과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제폭력 대응 법안 마련을 위한 국회 논의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피해자 보호 체계는 보다 촘촘하고 예방적인 방식으로 재편된다. 원 장관은 "스토킹·교제폭력 고위험 징후 안내문(레드플래그)을 보급해 피해자와 주변인이 위험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후 처벌보다 조기 발견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도다. 초기 현장 개입력도 끌어올린다. 원 장관은 "피해자가 위험 신호를 보내면 경찰이 초기에 개입하고 법원이 신속하게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고도화 작업도 급물살을 탄다. 성평등부는 국가데이터처, 법무부, 경찰청과 함께 젠더폭력 통계의 구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여성살해(페미사이드) 통계 역시 관련 논의에 포함돼 있으며, 단순한 통계 생산을 넘어 실질적인 예방 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힌 원 장관은 "성평등은 더 이상 개별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성평등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