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와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가성비 여행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방한 관광객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유통업계가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국제관광시장 전망'을 보면, 올해 1분기 방한 관광객 수는 474만3000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1~4월 누적 방문객은 677만 명으로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올해 방한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2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관광객 급증의 핵심 요인은 원화 가치 하락이다. 1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20원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원화가치가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숙박, 식사, 쇼핑에 드는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BTS 복귀 공연을 비롯한 K-콘텐츠의 지속적인 인기가 더해지면서 방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18~2025년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총 소비금액은 83% 늘었고 구매 횟수는 124% 증가했다.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 15만원에서 12만원으로 감소했지만, 대신 다양한 상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중저가 뷰티 제품과 식품부터 백화점 명품까지 소비 영역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가성비 소비 트렌드의 최대 수혜 업체는 올리브영과 다이소로 꼽힌다. CJ올리브영의 2025년 1~11월 전국 매장 외국인 구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올리브영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에서 2025년 25%대로 급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 비중이 26.4%까지 올라갔으며, 1~5월 올리브영에서 쇼핑한 외국인은 약 596만 명으로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의 80%에 해당한다.
다이소 역시 외국인들의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명동역점의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2023년 전년 대비 130% 폭증한 뒤 2024년 50%, 2025년 60% 성장했고, 올해 1~3월에도 70% 증가세를 유지했다.
가성비 쇼핑과 함께 명품 소비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3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신세계 백화점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상승한 7409억원을 기록했고, 롯데(8723억원)와 현대(6325억원)도 각각 8.2%, 7.4% 증가했다. 3사의 1분기 명품 매출은 28~30% 늘어나며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백화점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확대도 눈에 띈다. 1분기 기준 신세계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9%, 롯데 본점 23%, 더현대서울 약 20%를 차지했다.
신세계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급증했으며, 부산 센텀시티점(98%)과 강남점(54%)도 함께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5년 한 해 6500억원의 외국인 매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