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태어난 큰고니가 부산 을숙도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후 무리와 함께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왕복 4600㎞ 이주에 성공했다. 인공 포육 개체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장거리 이주 본능을 회복한 국내 첫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9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속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큰고니 '여름이'가 러시아와 한국 왕복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여름이의 부모인 '날개'(수컷)와 '낙동'(암컷)은 1996년 전남 장흥군에서 사냥꾼의 총에 맞아 다친 상태에서 구조됐다. 특히 수컷 날개는 영구 장애를 입어 더 이상 날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날개와 낙동이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여름이는 2023년 5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났고, 같은 해 10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로 옮겨져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다.
을숙도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여름이는 지난해 봄 다른 큰고니 무리를 따라 첫 이주를 시작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등에 부착된 위치 확인 장치(GPS) 정보를 통해 여름이가 울산과 북한을 거쳐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연해주)까지 2300㎞의 하늘길을 날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연해주에서 여름철을 보낸 여름이는 가을철 추위가 시작되자 남하해 지난해 10월 경북 영덕군과 경산시에서 겨울을 났다. 올해 3월에는 1년여 만에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를 다시 찾았다.
여름이는 을숙도에서 한 달간 머물며 충분한 먹이를 섭취한 후 4월 러시아로 재출발했다. 최근 위치 추적 결과, 여름이는 지난해와 같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프리모르스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진원 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을숙도에서 성장한 여름이가 본래 번식지인 러시아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낙동강하구가 철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인지를 증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서식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