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9일(금)

KB금융 회추위 가동...양종희 연임 절차에 실적·지배구조 변수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첫 연임 문제가 회추위 테이블에 올랐다. 양 회장이 들고 있는 숫자는 KB금융 출범 이후 가장 크다. KB금융은 2025년 지배기업지분 순이익 5조8430억원을 냈고, 총주주환원율은 52.4%까지 높였다. 올해 1분기에도 1조892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의 연임 명분은 뚜렷하다. KB금융의 2025년 순이익은 전년 5조782억원보다 15.1% 늘었다. 2024년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을 넘긴 데 이어 2025년에도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기여도는 43%까지 올라왔다.


주주환원도 양 회장에게 유리한 숫자다. KB금융의 2025년 총주주환원율은 전년 39.8%에서 12.6%포인트 오른 52.4%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보유 자기주식 1426만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의 3.8%, 약 2조3천억원 규모다. 이와 별도로 주당 1143원의 분기 배당과 6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의했다.


KB금융지주 사옥 / 사진제공=KB금융그룹


주가도 연임 논리에 힘을 보탰다. 양 회장이 공식 취임한 2023년 11월 21일 KB금융 주가는 5만4100원이었다. 올해 들어 KB금융 주가는 16만원대까지 올랐고, 지난 2월 11일 금융지주 최초로 시가총액 6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날 PBR도 금융지주 최초로 1배에 도달했다. 실적, 주가, 환원율만 보면 현직 회장이 회추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숫자는 충분하다.


문제는 회추위가 움직이는 시점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4월 14일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확정하고 후보군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8월 안팎으로 숏리스트가 나오고, 9월께 최종 후보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이사회의 면면은 양 회장 임기와 사실상 같이 움직였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2023년 3월 이후 처음 선임됐다. 조화준·여정성·김성용 이사가 2023년 3월, 이명활 이사가 2024년 3월, 차은영·김선엽 이사가 2025년 3월 각각 사외이사가 됐다. 2022년부터 자리를 지킨 사외이사는 최재홍 한 명이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가 현직 회장의 연임을 어느 수준의 독립성으로 심사할지는 별도 검증 대상이다.


금융당국의 일정도 회추위 절차와 겹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1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성은 다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 최종안은 6월 중 나올 예정이다. 양 회장은 연임을 한다고 해도 '첫 연임'이어서 임기 제한안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3연임을 겪은 금융지주다. 이번 회추위 절차에서는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과 외부 후보를 같은 기준으로 검증했는지가 쟁점으로 남을 수 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KB금융그룹


국세청 변수도 KB금융을 긴장하게 만든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5월 8일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에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사흘 만인 5월 11일 메리츠증권 본사에도 인력을 투입했다. 조사4국은 일반 정기조사와 별도로 비자금·탈루 혐의가 짙은 사안을 다루는 조직이다. KB금융이 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사모펀드·건설·유통을 거쳐온 조사4국의 최근 흐름이 금융권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금융권 압박 기조도 변수다. 새 정부는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은행권의 자금 공급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총주주환원율은 52.4%까지 올렸다. 회추위가 실적과 주가, 주주환원만으로 연임 명분을 정리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양 회장의 연임 명분은 실적에서는 강하다. 다만 회장 연임 과정은 실적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변수다. CEO 임기 제한 법제화 시점, 사외이사 구성, 외부 후보 검증 방식, 세무조사 흐름이 회추위가 움직이는 5월~9월 사이에 모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