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8일(목)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로 안전진단 인력 3명 사망... '2.9㎝ 단차' 무리한 현장 점검이 화 불렀나

노후화로 인해 철거 절차를 밟고 있던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안전 점검을 벌이던 작업자 등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전날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중 교량 상부에서 수 센티미터 수준의 단차가 발생하며 이상 징후가 나타났으나, 구조적 불안정성이 고조된 상태에서 인력을 동원한 무리한 현장 점검이 강행되면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총 3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했다. 2026.5.26 / 뉴스1


지난 26일 소방당국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철거를 위해 상부 슬래브(다리 최상단의 콘크리트판)를 자르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부터 서소문 고가차도 현장에서는 상부 구조물 절단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작업 시작 1시간 만인 오전 2시 30분쯤, 잘려 나가던 슬래브 표면이 불균형하게 어긋나며 약 2.9㎝ 수준의 단차가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구조물의 수평 균형이 깨지고 하중 분배에 심각한 왜곡이 생겼음을 시사하는 경고 신호였다. 현장 관리 주체 측은 단차 발생 직후 추가적인 붕괴 위험을 인지하고 새벽 작업을 즉시 중단 조치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2026.5.26 / 뉴스1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대처였다. 작업 중단 이후 약 12시간이 경과한 오후 2시쯤, 상부 구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합동 안전진단팀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화를 키웠다.


당시 안전진단에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 3명, 안전진단 전문기관 관계자 2명, 외부 전문가 1명을 비롯해 현장소장, 감리단장, 비상주 감리 등 총 9명의 핵심 인력이 참여했다. 이들은 다리 상부의 하중을 떠받치는 일종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 내부로 진입했다. 사고가 발생한 거더는 내부 높이가 약 80㎝에 불과해 사람이 허리를 제대로 펴기조차 힘든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이었다.


현장 브리핑에 나선 서대문소방서 이종운 재난안전과장은 "새벽에 작업을 중단한 뒤 오후에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거더 사이 공간으로 들어갔다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 역시 "높이 80㎝ 안팎의 거더 내부에서 점검을 벌이던 중, 거더 자체가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으면서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 충격으로 진단에 참여했던 인원 중 3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했다.


구조적 변형이 시작된 노후 구조물 내부에 안전 장치가 미비한 상태로 다수의 인원이 한꺼번에 진입한 것을 두고, 안전 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어 온 대표적인 노후 시설물이다. 지난 2019년 3월 교량 상부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래 도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밀안전진단이 실시됐고, 그 결과 재난 위험 시설 수준인 ‘D등급’ 판정을 받아 전면 철거가 결정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본격적인 철거 공사에 착수해 올해 7월 29일 완공을 앞두고 있었으며, 서울시는 이를 철거한 뒤 오는 202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새로운 고가차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야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6.5.26 / 뉴스1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법당국도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엄정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총경급 인사인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지정하고 중대재해수사계, 과학수사팀, 관할 경찰서 형사팀 등 총 5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서울시 내부 행정 절차와 시공업체의 작업 공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철거 공사가 당초 승인된 시방서와 안전 규정에 맞춰 단계별로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 중이다.


아울러 새벽에 3㎝에 가까운 단차가 발생해 이미 붕괴 징후가 뚜렷하게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구조물 보강 등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인력을 내부로 밀어 넣어 무리하게 육안 진단을 감행하게 된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방침이다.